템스강변 옛 발전소 미술관 운영 '테이트', 현대차와 11년 파트너십 체결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세계에서 관람객이 가장 많은 현대미술관인 영국 테이트 모던이 한국 출신의 세계적 아티스트 고(故) 백남준의 작품을 처음 사들여 전시회를 연다.
세계적 미술관 그룹인 테이트(TATE)의 니콜라스 세로타(68) 총관장은 7일 서울 신문로 주한영국문화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1월 현대자동차와 맺은 글로벌 마케팅 파트너십 사업의 하나로 올 하반기에 백남준 전시회를 연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테이트가 백남준(1932∼2006)의 작품 9점을 구매하도록 후원했다.
파트너십 사업의 첫 단추인 테이트의 백남준 작품 구매는 의미가 있다. 테이트는 지금까지 백남준 작품을 소장한 적이 없다. 백남준은 독일, 미국, 일본 등에서는 역사적인 예술가로 자리매김했지만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테이트가 새로 소장하게 된 백남준 작품은 그가 유럽의 전위적 예술운동인 플럭서스(Fluxus)를 이끌던 1963년 작품부터 세상을 뜨기 바로 전년도 작품까지 40년에 걸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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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테이트 미술관 11년간 후원
- 현대차, 테이트 미술관 11년간 후원
'캔 카'(1963), '플럭스 플리트'(1974), '언타이틀드 1974'(1982~1983), '언타이틀드 c.'(1975), '쓰리 에그스'(1975~1982), '오피스'(1990~2002), '닉슨'(1965~2002), '베이클라이트 로봇'(2002), '빅트롤라'(2005) 등이다.
테이트가 이렇게 넓은 스펙트럼에 걸쳐 백남준 작품을 사들인 것은 그가 세계 미술사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영국 등 유럽국가들에 제대로 알리기 위한 것이다.
테이트는 현대차와의 협정에 따라 테이트 모던의 심장부로 불리는 터바인홀에서 2015년부터 2025년까지 '더 현대 커미션'(The Hyundai Commission)이라는 이름의 전시를 매년 가을부터 봄까지 열 계획이다.
터바인홀은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되는 세계 현대미술의 최신 경향을 보여주는 전시장이다. 지금까지 아니쉬 카푸어, 루이즈 부르주아 등 세계 정상급 작가들의 전시가 열린 곳이다.
세로타 총관장은 "테이트가 현대차와 맺은 파트너십은 지금까지 기업과 체결한 파트너십 가운데 최초약정기간이 가장 길며, 글로벌 컴퍼니와 맺은 파트너십 중에서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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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英현대미술관, 백남준 작품 첫 소장
- 사진은 테이트가 구매한 작품들로 왼쪽부터 '쓰리 에그스'(1975~1982), '오피스'(1990~2002), '닉슨'(1965~2002), '베이클라이트 로봇'(2002), '빅트롤라'(2005) 이다. 2014.3.7 photo@yna.co.kr
테이트와 현대차는 앞으로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인 협업을 해 나갈 계획이다.
테이트는 테이트 브리튼, 테이트 모던, 테이트 리버풀,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 등 네 개의 미술관을 운영하는 세계적 권위의 미술관 그룹이다.
이 가운데 테이트 모던은 템스강변의 발전소였던 건물을 고쳐 2000년 미술관으로 문을 연 곳이다. 연간 관람객 수가 500만 명 이상으로 세계에서 관람객이 가장 많은 현대미술관이다. 작가 3천여 명의 작품 6만5천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20세기와 21세기 작품을 소장한 미술관으로는 세계 톱3로 꼽힌다.
테이트 그룹의 세로타 총관장은 1988년부터 26년째 총관장을 맡아왔다. 1999년 영국 왕실에서 기사 작위를 받은 영국 문화계의 핵심 인사다. 50세 미만의 작가 한 명에게 주는 영국 최고 권위의 미술상 '터너 프라이즈'의 심사위원장도 맡고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는 올림픽공원을 짓는 일에도 관여했다.
마틴 프라이어 주한영국문화원장은 기자회견에서 "테이트 미술관과 현대차의 파트너십 체결은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영국 방문을 계기로 양국간에 문화, 산업 등의 교류가 한층 활발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3/07 11: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