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엔 특별한 예술성이..인도가면 흥행 성공 예감"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인도와 한국, 두 나라의 문화와 영화를 교류하게 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어요."
올해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를 졸업한 인도인 아르빈 알록(33) 씨는 지난 21일 서울 성북구 석관동 캠퍼스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이런 포부를 밝혔다.
인도 비하르 지방 출신인 그는 한국에 오기 전 네루대학교에서 한국어문학사를 전공했다. 인도에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다보니 인도 학생들 사이에서 한국어는 취직을 위한 인기 있는 외국어다.
그 역시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전공을 택했지만, 한국어를 배우며 접하게 된 몇 편의 영화는 그가 갖고 있던 한국에 대한 이미지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줬다. 그는 특히 "김기덕 감독의 영화 '빈집'은 큰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네루대 졸업을 앞둔 2009년 한국인 교수로부터 한예종의 외국인 장학생 프로그램을 소개받고 주저없이 지원했다. 당시 인도의 국립영화학교에도 동시에 지원해 최종 면접을 앞두고 있었지만, 결국 한국행을 택했고 실제로 한국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한국영화에는 인도영화에 없는 특별한 예술성이 있습니다. 그 느낌이 정말 강렬해요. 한국에서 학비를 지원받으며 그런 영화를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그의 한국 생활은 조금 외롭긴 했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처음에 한국어를 잘 못 했지만, 교수들이 따로 설명을 해줘 학업에 지장이 없었다.
"한국 친구들을 보면서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야 하는지를 배웠고, 24시간 동안 잠 안 자고 계속 영화 작업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었죠(웃음)."
한국이 이제 "두 번째 집"으로 느껴진다는 그는 인도와 한국 사이의 문화 교류가 아직 활발하지 않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그는 "인도영화는 한국에 아직 많이 소개되지 않았지만, '발리우드'(인도 영화산업의 중심지인 봄베이와 할리우드의 합성어)라 불릴 정도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거대 영화시장"이라며 "한국영화가 인도에 진출하면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도에서는 이미 한국영화가 유명해요. 극장에서는 볼 수 없지만 관객들이 인터넷 불법 다운로드나 중국에서 넘어온 복제 DVD를 통해 많은 한국영화를 접해요. 김기덕, 이창동 감독의 영화가 많이 알려졌고, '올드보이' '추격자' '오아시스'는 (한국 제작사의) 허락도 없이 인도에서 리메이크해 흥행했죠."
그는 한예종에서 영화를 공부하며 한국영화 제작 현장도 여러 차례 다녀봤고, 지난해 개봉한 '감기'와 '숨바꼭질', 올해 개봉 예정인 '도희야'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그는 학교와 현장에서 쌓은 인맥으로 팀을 꾸려 인도와 한국을 오가며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양국의 영화산업이 서로의 장점을 나누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의 자원과 기술에 한국적인 스타일이 합쳐지면 아마 할리우드 영화처럼 고급 작품이 나올 거라고 봅니다. 제가 인도에서 처음으로 한예종에 유학을 온 사람이고 한국영화 현장도 경험해 봤으니까 두 나라의 영화계를 잇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언젠가는 한국 스태프와 글로벌팀을 꾸려 인도에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2/24 11:3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