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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찬 "유학은 20년 한 음악의 심연을 경험한 기회"

posted Mar 0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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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재즈학 석사 마치고 3년여 만에 복귀…대학 강단 서며 10집 준비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싱어송라이터 조규찬(43)이 미국 유학을 결심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온전히 아내,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리고 20년간 표현한 자신의 음악이 양악의 본산지인 영미 문화권에서 이론적으로 어떻게 분석되는지 공부해보고 싶었다.

 

 

2010년 가을 그는 가족과 함께 미국 일리노이주로 떠났다. 어바나 샴페인에 있는 일리노이주립대에서 3년 만에 재즈 퍼포먼스 석사 학위를 받았다. 아내인 가수 해이는 같은 대학에서 공연 역사 석사 과정을 마쳤다.

 

유학 생활을 마무리하고 지난해 12월 귀국한 그를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해저 탐험가에게 심연(深淵)을 갈 유일한 기회가 주어진 것과 같았죠.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심연을 경험한 느낌이에요. 제가 음악을 어떤 마음으로 시작했는지 기억하게 해준 시간이었습니다. 언제부턴가 일상성 속에서 가슴이 메말라 머리로 음악을 했던 것 같거든요."

 

그는 불과 몇 개월 전의 유학 시절을 벌써 그리워하는 듯했다. "성공을 위해 한 단계씩 올라가며 인생을 다림질하는 것도 좋지만 최소한의 돈만 있다면 가족과 함께 공부하는 삶이 행복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2학기부터 내내 장학금을 받은 그는 "돈을 벌지 않고 투자만 했으니 치열하게 공부했다"며 웃었다.

 

"하루 서너 시간 자고 학교와 도서관을 오가며 제가 하고 싶은 걸 충실히 했어요. 나머지 시간은 아내, 아들과 공원 등지를 다니며 셋이 서로만을 바라볼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하하."

 

그곳에서는 전공뿐만 아니라 작곡 이론, 편곡법, 연주 수업, 보컬 앙상블 등을 종합적으로 배웠다. 6개월에 걸쳐 쓴 석사 학위 논문 주제는 '보칼리스'(Vocalise)였다. 1940년대 비밥 재즈 시절을 주름잡은 색소포니스트, 트럼페터의 연주를 보컬로 해석해 부르는 것에 대한 연구였다.

 

그는 '재즈계의 거장들'인 존 콜트레인(색소포니스트), 마일스 데이비스(트럼페터), 윈튼 켈리(피아니스트), 캐논볼 애덜리(색소포니스트)의 연주 음악을 재즈 보컬인 존 헨드릭스, 알 제로, 바비 맥퍼린, 조지 벤슨이 각각 노래한 곡을 분석했다.

 

그는 "그곳에서는 보컬을 하나의 악기로 연구한다"며 "비밥 시대에 연주된 악기의 소리에 가사를 붙여 노래한 것으로 그 보컬들은 굉장히 섬세해 치열하게 연습해야만 구사할 수 있는 소리들"이라고 설명했다.

 

석사를 마치고 박사 과정을 밟고 싶다는 유혹도 있었다. 그러려면 6년의 세월이 더 필요했고 아홉 살이 된 아이가 한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서를 놓쳐선 안 된다는 생각에 마음을 접었다.

 

귀국 직후 한차례 공연한 그는 10집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2010년 9집 때 이소라, 정인 등의 실력파 보컬이 참여한 다채로운 음악을 선보였다면 이번엔 유학의 산물이 음악에 배일 터.

 

"생각이 극단을 오가요. 제가 해오던 흐름의 연장선에 있는 장르를 택할까, 지금까지와 다르게 재즈 요소를 강하게 드러낼까. 후자인 경우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 같아요. 국내 여건상 재즈로만 꾸며진 앨범이 대중의 관심을 받기 어려울 테니까요. 고전적인 재즈를 고집할 게 아니라 적절한 융화가 중요할 것 같아요."

공백기 동안 조용필이 재조명 받는 흐름도 지켜봤고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삽입된 그의 1집 수록곡 '추억#1'이 다시 불리는 현상도 목격했다.

 

그는 "조용필 선배님의 성공은 훌륭한 소리를 가진 '그분'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선을 그으며 "나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란 느낌보다 이제 음악 생태계에 다양한 종이 공존한다는 생각을 했다. 내 음악이 당장 상업적인 성공이 안 되더라도 급류에 몸을 맡기고 떠내려가기보다 연약한 꼬리 짓을 해서 역류하며 제자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음악을 대하는 마음가짐은 유학 전과 분명히 달라졌다. 음악인으로서의 순수함을 유지하려면 내면 컨트롤을 통해 현실과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는 깨달음이다. 뮤직 비즈니스 수업의 한 특강에서 '재즈로 돈을 벌고 사는 건 힘들다'는 강연자의 말에도 학생들이 현실을 절망스러워하지 않고 음악 자체로 행복을 얻으니 충분하다는 태도는 나름 충격이었다.

 

그는 고교 시절 기타 치며 곡을 만드는 게 그저 좋았던 때를 떠올렸다.

 

1989년 제1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그는 1993년 솔로 1집으로 정식 데뷔했다. 유재하음악경연대회도 작은 형이 다니던 대학에 붙은 공고를 보고 추천해 고교 때 작곡한 노래로 도전했다. 이러한 마음의 연장선에서 만든 곡들이 '무지개', '소중한 너' 등의 대표곡들이다.

 

음악은 가족 안에서 자연스럽게 체득됐다. 그는 '삼각산 손님', '열아홉 순정', '무너진 사랑탑' 등을 만든 작곡가 나화랑(본명 조광환·1983년 작고)과 1960년대 활발히 활동하며 '내고향', '양산도 부기' 등의 곡으로 사랑받은 포크 가수 유성희(본명 유난옥)의 막내아들이다. 삼 형제인 조규천·규만·규찬은 '조 트리오'로 앨범도 냈고 여전히 가수, 프로듀서로 음악계에 몸담고 있다.

 

그는 유학 시절인 지난해 5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는 슬픔을 겪었다.

 

"위독하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왔을 때 어머니와 대화를 나눌 순 없는 상태였지만 제가 많은 말씀을 드렸어요. 그 다음 날에도 일어나자마자 병원에 갔는데 어머니는 제 말씀을 다 듣더니 돌아가셨죠. 홀로 임종을 지켰습니다."

 

그는 "아버지가 평상에서 잉크를 찍어 펜으로 악보를 그리고 기타로 편곡하던 소리, 가수들을 연습시키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난다"며 "어머니는 아바, 카펜터스 등의 팝을 많이 들었다. 난 그 옆에 엎드려 그림을 그리곤 했다. 어린 시절의 이미지가 지금도 강렬하다"고 했다.

 

제자리로 돌아온 그는 의욕적으로 음악 활동을 할 계획이다.

 

이달부터 대전 우송정보대학 실용음악과 전임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다. 화성악 등의 이론 수업을 하고 보컬 앙상블, 합창, 레코딩 실습도 진행한다.

 

또 프로듀서로서 후배 가수들에게 곡을 주며 적극적으로 교류할 생각이다.

"제가 다른 가수에게 곡을 안 줄 거란 이미지가 있나봐요. 하하. 만든 곡 중 제 앨범에는 안 어울리지만 후배들에게 어울릴 곡들이 꽤 있거든요. 한국에 잠시 나왔을 때 이소라 누나의 앨범 작업에 참여했는데 제 앨범 작업보다 재미있었어요.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은 늘 흥미진진하니까요."

 

후배들에게 유학을 추천하겠느냐고 묻자 그는 "강력히 추천하겠다"고 했다.

 

"3~4년이 한국에서의 커리어를 망치진 않아요. 어찌 보면 속절없이 흘려보내는 시간이니까요. 그 시간을 붙잡고 방점을 찍고 싶다면 과감히 준비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mimi@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3/04 11:1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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