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 노섭 자서전을 바탕으로 한 작품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흑인으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노예 12년'은 솔로몬 노섭의 자전적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미국 작가 해리엇 비처 스토우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과 함께 노예 해방의 도화선이 된 작품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영화는 별다른 꾸밈음 없이 정직한 화법으로 인간의 조건에 대해 이야기한다.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아메리칸 허슬'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들의 쓰나미 속에 등장인물들이 인간성의 '회색지대'를 기웃거리는 이야기라면, '노예 12년'은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길을 떠나는 인물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내와 두 자녀. 뉴욕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던 음악가 솔로몬 노섭(치웨텔 에지오포). 지인에게 소개받은 백인들과 함께 워싱턴으로 연주 여행을 떠났다가 과음 후 정신을 잃는다.
정신을 차려보니 족쇄에 묶인 채 외딴 방에 갇혀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본 노섭. 자신을 가둔 낯선 백인에게 자유인이라고 주장하지만 돌아오는 건 세찬 채찍질뿐이다.
남부 루이지애나까지 흘러들어 간 노섭은 농장주 윌리엄 포드(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농장과 에드윈 엡스(마이클 파스벤더)의 농장에서 12년간 비참하게 노예로서 일한다.
카메라는 자유인이었다가 인신매매를 통해 노예로 팔려간 노섭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다닌다. '생존이 아니라 진짜 삶을 살고자 했던' 노섭이 포악한 횡포에 '삶보다는 생존'에 무게 중심을 두다가 결국 '진짜 삶'을 꿈꾸는 변화 과정을 정갈한 화면에 담았다.
맥퀸 감독은 아주 슬픈 장면조차 꾹꾹 눌러서 연출했다. 그렇다고 슬픔이 묻어나지 않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힘든 노예 생활에서 나오는 흑인들의 슬픔은 터져 나오는 울음이나 차오르는 감정에 의존하기보다는 답답하고 힘든 노예들의 상황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런데 맥퀸 감독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간다. 살랑이는 바람, 그림 같은 석양, 수양버들을 한껏 늘어뜨린 나무 등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노섭의 비극적인 상황을 잇대어 보여준다. 그리고 그때의 고통은 '찬란한 슬픔의 봄'처럼 역설의 깊이를 더한다.
여우조연상을 받은 루피타 니옹은 일생의 연기를 펼치며 강력한 수상 후보자 제니퍼 로런스를 따돌렸다. 비록 남우주연상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노섭을 연기한 에지오포의 탁월한 연기와 악덕 지주를 맡은 마이클 패스벤더의 그악스런 모습도 눈길을 끈다.
영화는 골든글로브 작품상, 미국 제작자조합상, 영국 아카데미 작품상·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했으며 아카데미영화상에서는 작품상과 각색상,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3/03 14:4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