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두 여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한 무기력한 남자와 미칠 듯한 사랑에 고통받는 두 여자.
'투 더 원더'는 사랑의 '생로병사'를 깊이 있게 들여다본 영화다. 찬란히 빛났다가 삶의 지옥으로 인도하는 사랑. 그 널뛰는 감정의 결을 세밀히 살려 하나의 이야기로 담아내기란 어쩌면 불가능한지도 모른다. 불가사의하고 경이롭기조차 한 그 신비로움을 미국의 거장 테렌스 맬릭 감독은 빛과 이미지와 배우들의 웃음과 눈물만으로 오롯이 전한다.
미국을 떠나 프랑스에 온 닐(벤 애플렉)은 미혼모 마리나(올가 쿠릴렌코)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은 사랑은 흐르는 세월 속에서 마모돼 간다. 겉도는 관계를 참을 수 없었던 마리나는 마침내 닐의 곁을 떠나고, 그의 앞에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소꿉친구 제인(레이철 맥아담스)이 나타난다.
1973년 '황무지'로 장편 데뷔한 철학과 교수 출신의 맬릭은 과작(寡作) 감독으로 통한다. 40여 년간 여섯 편을 만드는 데 그쳤다. 그러나 한땀 한땀 공들여 찍는 감독으로 정평이 난 그의 작품들은 믿고 봐도 무방한 명작으로 통한다.
특히 '천국의 나날들'(1973)은 칸 영화제 감독상, '씬 레드 라인'(1999)은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트리 오브 라이프'(2011)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여섯 번째 영화 '투 더 원더'는 부자관계를 이용해 우주의 기원과 섭리를 표현한 전작 '트리 오브 라이프' 보다도 서사가 더 불친절하다. 이야기를 언급하는 건 무의미하다. 만나고 부대끼다가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사랑의 순환 과정이 대자연의 순환처럼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러나 사랑의 순환 전체가 이 경이로운 감독이 바라보는 지점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사랑에 빠졌을 때의 순수한 감정, 사랑에서 벗어났을 때의 고통 같은 '순간'에 천착한다. 그 순간은 너무나 경이로운 시간이고, 그 경이는 낙조와 하늘거리는 들풀 같은 자연으로만 설명될 수 있다.
전작 '트리 오브 라이프'가 우주ㆍ지구ㆍ물과 불ㆍ공룡 등의 이미지를 이용해 우주의 시원과 삶의 의미 같은 거시적인 문제에 천착했다면, '투 더 원더'는 사랑이라는 미시적인 주제를 진지하게 탐구하면서 삶의 불가사의를 이야기한다.
이야기가 약하고 대사가 많지 않아 영화가 지루할 수 있지만, 영화를 사유의 한 틀로 생각하는 관객들이나, 이미지를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진지한 도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3월6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상영시간 112분.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3/05 13: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