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방송 40주년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매년 전 국민이 관심을 쏟는 입시 정책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는 주제가 바로 EBS(한국교육방송공사)의 역할이다.
EBS 제작진이 심혈을 기울인 '자본주의'와 같은 다큐멘터리는 다른 지상파 방송사 프로그램을 제치고 연말 시상식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2020년 세계 최고의 교육 미디어 그룹을 목표로 하는 EBS가 처음 방송 전파를 쏘아 올린 지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신용섭(56) EBS 사장은 방송 시작 40주년을 기념해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콘텐츠', '스마트', '글로벌'이 EBS의 미래를 위한 3대 키워드"라고 밝혔다.
라디오방송 채널로 출범한 EBS는 교육에 대한 사회적 열망과 인재 양성을 위한 역대 정부의 정책이 어우러지면서 평생교육의 동반자로 성장했다.
1974년 3월 라디오 학교방송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EBS의 역사는 1990년 교육방송 개국, 1997년 위성교육방송개국, 2000년 한국교육방송공사 출범으로 이어진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정보통신부 전파방송정책국장,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정책국장과 방송통신융합정책실장을 역임한 신 사장은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재직하다 지난 2012년 말 공모를 통해 EBS 제7대 사장에 선임됐다. 임기는 2015년까지 3년이다.
앞서 신 사장은 EBS의 재원구조 개선과 교육 콘텐츠 경쟁력 제고를 이룬 점을 높이 평가받아 신산업경영원의 뉴미디어대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정보통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신 사장은 먼저 "EBS는 우선 콘텐츠 중심의 회사가 돼야 한다. 그러려면 고품격 콘텐츠 제작이 중요하다"면서 "40주년을 맞아 세계를 겨냥한 교육 콘텐츠 제작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학습 콘텐츠 관련 "시청자가 콘텐츠를 접하는 플랫폼이 모바일로 바뀌고 있다. 모바일을 매개로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학습 프로그램의 제작과 방송이 '공급'(1세대)과 '참여'(2세대)의 형태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 개별 학생의 수준과 특성을 고려해 제공돼야 한다는 것.
신 사장은 세 번째로 "지금은 글로벌 시대"라며 "지난 40년간 쌓아온 EBS의 교육 콘텐츠 제작 역량이 있으니 우리 콘텐츠가 충분히 세계 시장에서 통할 것으로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유아·어린이 콘텐츠는 글로벌화에 좋고 고용 창출 효과도 크다"며 "연말 조직 개편에 유아·어린이 특임국을 새로 만들었다. 글로벌 시장 진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EBS의 '미래'에 대해 설명하면서도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EBS의 역할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EBS가 교육의 소득 격차, 지역 격차, 장애 격차 해소에 더욱 많이 기여할 수 있습니다.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죠. 다양한 이유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의 훌륭한 '과외 선생님'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신 사장은 앞선 EBS 봄 개편에서 '시청자 참여'를 중심 가치로 내세웠다. 그가 지난해 EBS를 경영하며 거듭한 깊은 고민의 결과물인 만큼 미래 EBS의 모습을 예측하는데 주요한 지점으로 보인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매체와 1인 미디어가 보편화하면서 방송 환경이 공급자(방송사) 중심에서 시청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죠. 봄 개편은 이런 경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입니다."
그는 "참여형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통해 시청자와 함께 성장할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EBS가 그동안 국민 교육에 기여하려 노력한 부분을 국민들로부터 인정받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1년간 EBS를 경영하며 느낀 한계나 아쉬운 지점이 있을까. 역시 '재원 문제'를 들었다.
"현실적으로 재원이 부족합니다. EBS의 상업적 재원과 공적 재원의 비중이 7대3인데 최근 공적 재원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TV 수신료 인상과 배분율 확대를 통해 재정 구조가 안정화하면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EBS 프로그램 가운데 어떤 것을 즐겨 보는지 묻자 솔직한 답변이 나왔다.
"역시 우리 또래 분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여행, 음식, 건강이 주제인 것들 아닌가요.(웃음) 우리 세대에는 교양·문화가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백화점 문화센터에 사람들이 몰린다고 하죠. EBS가 'TV 문화센터'를 만들어 시청자들이 교양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 합니다."
임기 초반 행정 전문가로서 방송을 잘 모를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비슷한 맥락에서 제작 자율성 문제를 두고 노동조합과 마찰도 있었다.
그는 "많은 사람이 나를 통신 전문가라고 하는데 수긍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방송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시대다. 둘을 구별하는 것은 예전 방식"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공직 생활을 통해 쌓은 전문성으로 급변하는 방송 환경의 흐름을 파악하고 방송에 통신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발전 방향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신 사장은 "물론 부임 직후 방송사의 조직 문화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적응기였다. 이제는 나와 다른 직원 모두 미래를 향해 같은 길을 가고 있다. 앞으로 더욱 유연하게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3/03 07: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