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집 '루루' 발표 쇼케이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우리나라에서 음악하기 정말 어렵다는 점을 알아버려서 15집을 냈다는 사실이 꿈만 같아요. 저처럼 오래 음악한 사람도 음반을 내고 활동하기 쉽지 않죠. 계속 음악한다는 사실 자체가 기쁘고 만족스러워요."
길게 늘어뜨린 히피 스타일 의상의 그가 무대에 등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공연장이 금세 조용해졌다. 화려한 기교나 웅장한 음향효과는 없었지만 청자의 진심에 다가서는 따스한 노래의 마디마디가 차곡차곡 마음에 쌓이는 듯했다.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공연장 브이홀에서는 싱어송라이터 이상은의 15집 '루루'(LULU) 발표 기념 쇼케이스가 열렸다.
"그동안 외국을 오가며 화려한 작업도 많이 했었죠. 지금까지 청자를 카페나 운동장, 공원에서 만났다면 이번에는 저의 응접실에 오신 것 같이 저와 가까워진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루루'는 지난 2010년 14집 '위 아 메이드 오브 스타더스트'(We are made of stardust) 이후 그가 4년 만에 발표하는 정규 앨범이다. 음반에는 타이틀곡 '태양은 가득히'를 비롯해 아홉 곡이 빼곡히 담겼다.
1988년 강변가요제에서 '담다디'로 대상을 받으며 데뷔한 그는 노래의 반향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일본과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으며 발표하는 앨범마다 음악적인 실험을 거듭해 국내 대표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평가받았다.
쇼케이스에서 들려준 '태양은 가득히'는 선명한 어쿠스틱 기타와 키보드의 음향이 매력적인 곡으로 '어둠은 빛을 이길 수가 없어요. 아무리 작은 촛불 하나라 해도'라는 가사가 인상적이었다.
노래는 그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부드러운 멜로디, 위로하는 가사와 어우러져 온기를 전했다.
"'음악을 왜 하나' 생각이 들면서 포기하고 싶은 때가 있죠. 그럴 때 저 자신을 위한 응원가를 만들었어요. 알고 보면 '어기여디어라'나 '언젠가는'은 남에게 들려주기보다 일기를 쓰듯 저를 향해 쓴 곡이에요. 이 곡도 그런 의미로 만들었죠."
그는 이어 "내 꿈은 소박하게 계속 음악하는 것"이라며 "마음에 나만의 열정과 생명력이 있으니 앞으로 잘해나갈 수 있으리라는 뜻을 담은 응원가다. 이런 메시지가 듣는 분들께도 잘 전해지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쇼케이스에서 연이어 들려준 '들꽃'도 듣기에 난해하지 않은 코드 진행과 깔끔한 사운드가 매력적인 곡이었다. 그는 이 곡에 대해서는 "특히 독신 여성들이 좋아하리라는 확신이 든다"며 웃었다.
그는 이번 음반에서 전곡을 작사, 작곡, 편곡했다. 또 녹음도 홈레코딩 방식으로 집에서 진행했다. 거창한 이유를 기대하고 물었지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사실 스튜디오나 연주자 분들을 모두 준비했어요. 문제는 편곡이었죠. 어렵더라고요. 사운드 만드는 분들에 대한 존경심까지 들었어요. 여태껏 작사, 작곡, 노래도 힘들었는데 편곡은 정말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음반 작업을 마무리해야하는 시점까지 다른 분들과 함께할 시간이 없어서 결국 혼자 해야겠다고 생각했죠.(웃음)"
그는 이어 표정을 가다듬고 "26년간 음악으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사람을 토닥이는 게 좋았다"면서 "사람을 쓰다듬는 음악은 비싸거나 화려한 스튜디오보다 내 방에서 부르고 녹음하는 편이 더 좋을 수 있다는 점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다양성의 측면에서는 분명 척박한 한국 음악계에서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26년간 활동하며 꾸준히 앨범을 발표하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앞으로 어떤 아티스트로 나아가고 싶을까.
"다른 장르의 여성 아티스트를 보면 그냥 꾸준히 계속 작업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묵직한 심지가 생기는 가운데 의문의 여지없이 작업하는 담담함이 좋더라고요. 저도 처음에는 가사나 멜로디로 고생했지만 이제 사운드의 재료를 만지게 됐으니 더 많이 연구해야죠. 뭔가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무척 행복하니까요."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2/25 16:3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