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업주들 인력난·매출 타격·사회적 지탄 시달려
(신안=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염전 노예'의 섬이라고 낙인이 찍혀 누가 일하러 오겠어요. 일부 못된 업주때문에 모두 오명을 써 사람도 못 구하고 있습니다."
전남 신안군 신의도에서 장애인에게 수년간 임금을 주지 않고 노동력을 착취한 '염전 노예' 사건이 터지면서 선량한 업주들마저 도매금으로 비난을 받으며 인력난과 매출 하락에 시달리고 있다.
신의면에서 염전을 운영하는 A(41)씨는 20일 "매출 감소는 둘째치고 당장 올해 염전에서 일할 사람도, 겨울철 보수 및 택배작업에 필요한 일용직도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장을 담그는 철인 2월에는 택배 수요가 많아 일용직 포함 6명이 필요한데 현재 4명뿐"이라며 "예전에는 다른 염전 근로자나 주민들이 일당을 받고 일을 하기도 했는데 경찰조사를 받거나 주변의 눈치 때문에 일하겠다는 사람이 뚝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A씨의 염전은 정규직원 2명과 천일염 채집철인 4∼11월까지 근무하는 계약직 직원 1명에게 월 130만∼170만원을 지급하며 일용직 근로자에게는 일당 5만원을 지불한다.
업주들끼리 서로 임금을 터놓고 이야기하진 않지만 A씨 역시 일부 '못된 업주'가 있다고 들었다며 "4∼10월에 오전, 오후 각각 2∼3시간씩 일하고 쉰다"며 "연 300만원도 안주는 업주도 있다는데 그렇게 착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의도에는 영세 염전이 많아 근로자들이 논·밭농사나 집안일을 거드는 경우가 많으며 겨울철에도 보수나 택배 발송을 위해 한 달에 열흘꼴로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면 소재지 인근에서 염전업을 하는 B(45·여)씨는 "이 섬의 주민으로서 죄송하고 죄를 지은 사람들이 상응하는 벌을 받길 바란다"며 "그러나 정상적인 곳까지 죄인취급을 당하고 피해를 보는 것이 속상하다"고 말했다.
근로자 1∼2명을 고용해 가족과 염전을 운영하는 B씨는 "지금부터 사람을 구해 쟁기로 소금밭을 갈고 창고 수리, 물탱크 보수도 해야 하는데 우리 염전은 아니라고 해도 밖에서 믿어주지도 않고 사람이 구해지질 않는다"고 밝혔다.
대형 거래처가 많지 않고 개인 판매를 주로 하는 B씨의 염전은 매출 타격도 상당하다.
B씨는 "예년 이맘때면 장을 담그기 위해 매일 20kg짜리 소금 70∼80개가 팔렸는데 최근에는 주문 물량이 하루 한두 개에 불과하다"며 "노예섬이라는 오명 때문에 인터넷 등에 광고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정직하게 일하며 신뢰를 쌓기 위해 했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는 B씨는 "노예가 피땀 흘려 만든 소금을 어떻게 먹겠느냐는 소비자도 있었고 심지어 네 자식도 노예 시키라는 사람도 있었다"며 이번 사건으로 인한 또 다른 상처를 드러냈다.
B씨는 "이곳은 면 소재지 근처로 정상적인 임금 지급과 근무 환경을 갖춘 곳이 대부분이라 설마 했다"며 "일부 업주들의 비인간적인 행태와 특히 '먹여주고 재워준다'는 변명에 실망했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어 "우리 아이들도 이 섬에서 커가는데 이대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까지 죄인이 된다"며 "이번 기회에 확실히 제도를 개선하고 잘못된 사람들을 적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2/20 11:3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