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예술의전당서 네 번째 내한공연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바흐의 곡을 제대로 연주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라 큰 책임감을 요구하지만 '바흐 스페셜리스트'로 알려진 데는 행복하게 생각해요."
바흐 연주에 정통해 언제나 '바흐 스페셜리스트'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캐나다 출신 피아니스트 안젤라 휴이트(56).
그가 오는 25일 예술의전당에서 피아노 리사이틀을 열고 국내 관객과 다시 만난다. 이번 공연은 그의 네 번째 내한 무대다.
휴이트는 1985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국제 바흐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1994년부터 2005년까지 음반 레이블 '하이페리온'과 바흐의 주요 건반 음악 전곡을 녹음하면서 바흐 하면 떠올리는 연주자가 됐다.
예술가에게 수식어는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을 듯한데 최근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만난 휴이트는 그런 수식어를 자신도 어느 정도는 인정하는 눈치였다.
"저는 바흐 곡을 연주한 훌륭한 오르가니스트였던 아버지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늘 바흐 음악을 사랑했어요. 바흐 음악의 완벽한 시작을 한 셈이죠."
어린 시절부터 사랑하고 오랜 세월 연주한 덕분에 그는 '바흐 곡 연주는 이래야 한다'는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도 갖고 있었다.
"피아노로 연주하는 바흐 곡은 노래하고 춤춰야 해요. 그의 작품은 기쁜 맘으로 연주해야 하고 색채가 다양하고 또박또박 분명하고 아름답게 악구를 구분해야 하며 감정을 많이 표현하면서도 그 시대의 스타일을 유지해야 하죠."
그는 바흐의 음악이 "대단한 수양과 인내 그리고 음악적 지능을 요구한다"며 연주자의 많은 공부를 요구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바흐 곡 연주 기법과 스타일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후학을 위해 그는 바흐 음악 해석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담은 2시간 분량의 DVD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번 연주 레퍼토리에도 바흐의 영국모음곡 3번과 '반음계적 환상곡과 푸가'를 넣은 그는 "이번 프로그램은 강렬하면서도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바흐의 작품을 골라봤다"고 소개했다.
이와 더불어 그는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 b단조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1번도 연주한다.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는 제 청소년기와 20대 초반을 함께한 작품이자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 가운데 하나입니다. 인생의 모든 것이 리스트의 소나타에 들어 있어요. 많은 분은 이 곡을 피아노로 탕탕 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제 해석을 통해 그런 선입견을 바꾸고 싶어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1번에 대해서는 "슬픔과 기쁨, 비극과 환희까지 큰 폭의 감정변화가 있는 작품"이라며 "그러한 감성을 표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2012년 내한공연 이후 2년 만에 다시 한국 무대에 서는 그는 한국 관객과의 만남에도 큰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전 공연에서 젊은 관객이 많다는 게 놀라운 경험이었어요. 클래식 음악이 한국에서 살아있다는 걸 알게 돼 기뻤고요. 한국 관객의 집중력도 인상적이었어요. 관객의 정적 속에서 연주하는 것은 언제나 특별한 일이니까요."
▲ 안젤라 휴이트 피아노 리사이틀 = 25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관람료 4만~10만원. ☎02-599-5743.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2/18 10:5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