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연합뉴스) 홍정표 기자 = 기후변화로 구상나무 숲이 점차 사라지는 대신 소나무숲이 확산하는 등 급격한 변화를 겪는 한라산 고지대 식생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진행된다.
제주도 한라산연구소는 올해 한라산 해발고도 1천400m 이상인 아고산대 지역을 대상으로 고도별 산림 식생 현황을 정밀하게 조사할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한라산 고지대 식생에 대해 전반적으로 체계적인 연구가 진행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소는 구상나무림·관목림·소나무림·낙엽활엽수림·상록활엽수림 등 수종별 식생 분포를 조사, 변화 추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해발고도와 산림별 지리정보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 구상나무와 털진달래·산철쭉·눈향나무 등 관목림을 중심으로 식생 천이 상태를 조사, 기후변화 등에 따른 향후 고도별 산림 변화 예측모델을 개발해 아고산대 산림 보호·관리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한라산연구소 고정군 박사는 "이번 연구가 시행되면 기후변화로 한라산 고지대 식생의 수직 분포가 어떻게 변화고 있는지, 소멸종은 뭔지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더 정확한 미래 예측을 위해서는 1단계에 이어 2단계 조사를 진행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찬수 박사는 지난해 11월 열린 국제심포지엄에서 지금과 같은 기후변화가 100년간 지속되면 한라산 구상나무숲이 다른 종에 잠식돼 멸종되고 동반 자생식물 145종도 지구 상에서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니터링한 결과 한라산 구상나무숲 795.2㏊에 있는 구상나무 가운데 18.8%가 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사 원인은 온도 상승에 의한 생리적 장애, 강한 바람과 폭설 등 기후 극한값의 변동 등으로 추정됐다.
해발 1천490m인 돈내코 등산로 '평지궤 대피소' 부근의 해발 소나무숲은 40여년 전에는 이보다 90m 정도 아래에 분포했던 것으로 조사되는 등 한라산 고지대의 식생 분포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2/17 13:3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