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한국인 남매가 유럽에서 명품 패션과 자동차 디자이너로 나란히 활약하고 있어 화제다.
프랑스의 유명 패션 브랜드인 '랑방'(Lanvin)의 여성복 디자이너 배여리(30) 씨와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 자동차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배기욱(32) 씨가 그 주인공이다.
동생인 배여리 씨는 세계 3대 패션 스쿨로 꼽히는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Central St.Martin)을 2011년 수석으로 졸업하고서 파리에 있는 랑방에서 일하고 있다.
오빠인 배기욱 씨는 2009년 메르세데스 벤츠 이탈리아 스튜디오에 입사해 201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출품한 콘셉트카 'F125'의 실내 디자인을 했다.
배여리 씨는 2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패션 디자인을 시작하면서부터 언제나 파리에서 일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왔다"면서 "랑방 같은 메이저 패션업체에서 졸업하자마자 일하게 돼 행운이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세인트 마틴 프로그램이 워낙 힘들기로 유명해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할 수 있었지만, 실전에서 배워야 할 부분들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배여리 씨는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파리 컬렉션을 위한 여성복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
- 랑방 여성복 디자이너 배여리 씨
- (파리=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프랑스 유명 패션 브랜드인 '랑방'(Lanvin)의 여성복 디자이너 배여리 씨(왼쪽)가 2013년 10월 2014 봄여름 파리콜렉션을 준비하며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모델에게 입혀주고 있다. 2014.1.28 << 국제뉴스부 기사 참조, 배여리 씨 제공 >> sungjinpark@yna.co.kr
그녀가 추구하는 스타일은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다.
이 때문에 존경하는 디자이너로 프랑스 패션계의 거장인 이브 생로랑을 꼽는다.
"이브 생로랑은 시대의 흐름을 알고 여성이 진정으로 원하는 옷을 디자인한 인물이다"면서 "혁명적이고 천재적인 예술을 보여주는 디자이너보다 여성을 알고 여성이 원하는 옷을 디자인한 이브 생로랑을 존경한다"라고 말했다.
배여리 씨는 의도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디자인에 자연스럽게 한국인의 감성이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한국인으로 느끼는 색감이나 예술적인 면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스며드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특별히 그렇게 하겠다고 의도했다기보다는 유럽 디자이너를 모방하지 않고 제 색깔대로 디자인하려고 노력한다"라고 소개했다.
오빠 배기욱 씨는 일본과 미국에서 유학을 마친 뒤 현재 이탈리아에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 디자인 스튜디오에 근무하고 있다.
여러 프로젝트로 실력을 쌓은 배기욱 씨는 입사한 지 반년이 조금 넘은 2010년에 메르세데스 벤츠 창립 125주년 기념 콘셉트카인 'F125' 실내 디자인을 맡게 됐다.
새로운 개념의 콘셉트카라는 호평을 받은 F125 디자인으로 배씨는 회사 안팎에서 인정을 받았다.
-
- 메르세데스 벤츠 한국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배기욱 씨
- (파리=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메르세데스 벤츠 자동차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배기욱 씨가 지난 2011년 9월 13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자신이 실내디자인한 F125 콘셉트카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4.1.28 << 국제뉴스부 기사 참조, 배기욱 씨 제공 >> sungjinpark@yna.co.kr
세계 최고 자동차 회사에서 근무하는 배기욱 씨는 최근 한국 자동차 디자인에 대해 후한 점수를 줬다.
그는 "한국 자동차 디자인에서 많은 영감을 얻고 감명을 받고 있다"면서 "한국 디자인을 보고 난 왜 저 생각을 못했을까 하고 무릎을 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남매가 이처럼 외국 유명 업체에서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된 데는 부모님의 영향이 크다.
이들은 자동차 전문부품업체인 서진산업 배석두 사장의 1남 2녀 중 장남과 장녀이다.
어머니는 이화여대 미대 교수로 이들은 어릴 적부터 예술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고 한다.
배여리 씨는 "예술에 관심이 많으신 부모님 덕분에 어릴 때부터 예술을 많이 접했고 또 여행을 많이 해서 여러 문화를 경험한 것이 디자이너가 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남매는 힘든 외국 생활에 서로 격려하고 챙기면서 살고 있다고 한다.
배여리 씨는 "가족이 옆에 있다는 것은 정말 든든한 것 같다"면서 "휴가 때 자주 오빠에게 찾아간다"고 했으며 배기욱 씨도 "유럽에 오래 산 동생에게 유럽 생활에 대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4/01/28 07: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