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저택의 벽서 발견된 편지작성 주인공 확인으로 드러나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 전 미국 대통령이 시(詩)를 좋아하고 또 시를 직접 쓰고 싶어하는 열망이 컸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새로운 문건이 확인됐다.
4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링컨 대통령 기념도서관 측은 일리노이주의 스프링필드에 있는 링컨 대통령의 집 내벽에서 발견된 167년 전 편지의 작성자를 마침내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성과는 문건 복원과 이미지 확인작업 등을 통해 링컨의 생애를 연구하는 기념관 산하조직 '더 페이퍼스 오브 에이브러햄 링컨'(The Papers of Abraham Lincoln) 팀에 의해 이뤄졌다.
이 편지는 1987년 링컨 대통령의 집을 대대적으로 개보수할 당시 부엌 한쪽의 쥐구멍에서 많은 부분이 훼손된 채 인부들에게 발견됐다. 링컨이 1844년부터 1861년까지 17년동안 살았던 이 집은 링컨이 생애 유일하게 소유했던 집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2006년부터 본격적인 확인작업을 거쳐 이 편지가 당시 일리노이주에서 휘그당 기관지 '퀸시 휘그'(Quincy Whig)를 발행하던 앤드루 존스턴에 의해 쓰여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존스턴은 버지니아 출신 변호사며 1840년대 링컨과 함께 휘그당 소속으로 활동했다.
링컨은 존스턴으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고 1846년 2월 25일 시를 써보냈다. 존스턴은 이 시를 마음에 들어 했으며 '퀸시 휘그'에 게재했다.
링컨이 유년시절 살던 인디애나주 남부의 집을 찾아가 추억을 회상하는 '다시 찾은 내 어릴적 집'(My Childhood-Home I See Again)과 링컨 친구의 이름을 딴 '매튜 젠트리'(Matthew Gentry)가 바로 그 시다.
이번에 확인된 1846년 3월 10일자 소인 편지는 존스턴이 링컨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해 보낸 것으로 "이 시를 직접 썼느냐"는 질문이 포함돼 있다.
링컨은 4월 18일 존스턴에게 답장을 하면서 "직접 쓴 건 아니다. 만일 내가 내 생각대로 이렇게 멋진 시를 쓸 수 있다면 내 재산 전부를 걸겠다"며 누군가에 의해 대필된 사실을 고백했다.
연구팀 총책 대니얼 스토웰은 "편지에 시가 언급되어 있다는데서 실마리를 찾았다. 링컨과 존스턴은 여러 통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시와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스토웰은 "이 편지의 필체를 존스턴이 1865년 링컨에게 보낸 편지의 필체, 1872년 존스턴이 링컨으로부터 받은 오래된 편지 위에 쓴 메모의 필체 등과 정밀하게 비교했다. 완벽하게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확인은 편지 필자를 찾았다는 점 이외에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링컨의 새로운 면모가 드러났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며 "링컨이 시를 좋아했고 직접 시를 쓰고 싶어했으며 이를 위해 노력했다는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부연했다.
스토웰은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문서들은 대부분 소각되고 남아있지 않다"면서 "이 편지는 어떤 이유에서건 벽 안으로 들어가 있어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링컨 대통령은 1847년 연방하원의원에 당선돼 워싱턴DC로 떠나기 전, 그리고 일리노이주 변호사로 돌아왔다가 1861년 대통령에 당선돼 다시 워싱턴DC로 돌아가기 전에 수많은 편지와 문서들을 불에 태워 정리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4/01/05 00:4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