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시작인생 총망라한 '이해인 시전집' 발간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시는 저에게 있어 기도이고 다른 사람에게 읊어주는 위로의 편지입니다."
맑은 시로 깊은 울림을 주는 '힐링 멘토' 이해인 수녀의 40년 시작(詩作) 인생을 정리한 시전집이 나왔다.
2권으로 발간된 '이해인 시전집'은 이 수녀의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포함해 10권의 순수시집을 모았다.
이 수녀는 17일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단 한 번도 훌륭한 시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시전집이 나온다니 부끄럽다"며 운을 뗐다.
그는 "독자의 사랑을 되돌려 주려면 더 사랑하고 희생하는 봉사의 삶을 살아야겠구나 한다"며 "사람들에게 시 한 톨로 기쁨을 전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수녀는 지난 2008년 대장암 선고를 받고 현재 투병 중이다. 그러나 그는 '내가 암에 걸리면 명랑하게 투병하겠다'는 다짐 아래 창작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완치 판정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며 "저로서는 나빠지지 않은 것만도 감사하다. 암세포랑 '조금만 더 살게 해달라'고 대화하니 암세포가 참아주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 수녀는 암을 겪고 나니 아픈 이들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더 커졌고 그것이 시에 그대로 반영된다고 밝혔다.
그는 "저 중심의 개인적인 시보다는 아픈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가 그들이 표현 못 하는 아픔을 대신 써주려고 한다"며 "슬픔을 기쁨으로 승화시켜 역이용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수녀는 자신이 속한 부산의 성베네딕도 수녀원 창고에 독자로부터 받은 편지를 모두 모아놓을 정도로 독자들에 대한 사랑이 크다. 그가 최근 한 독자로부터 새로운 별칭을 얻었다.
그는 "저를 어떤 분이 '몸이 아픈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국민 이모 수녀님'이라고 부르더라"며 "현재 제가 가장 좋아하는 별칭이고 이 시대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해인 시전집'은 이 수녀가 40년 동안 쓴 1천여 편의 시 중에 800편을 담았다. 또 사진 60컷을 1,2권에 나눠 실어 이 수녀의 삶의 여정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이 수녀는 "80년대에 제 시집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니 '수도생활 놓치면 어떡하나'는 걱정에 책이 안 팔리게 해달라고 기도한 적도 있다"며 "지금은 국민들이 (제 시를 통해) 시를 많이 읽어 행복한 세상이 되도록 작은 몫 기여했으면 행복하겠다"고 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시를 써온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모태신앙이 낳아준 순결한 동심"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 수녀는 "많은 분들이 저를 믿고 고민을 털어놓으니 저는 결혼을 안 해도 한 것처럼 느낄만큼 간접경험을 많이 한다(웃음)"며 "생각이 떠오르면 끊임없이 메모하고 그 메모를 정리하고 다듬어서 시를 쓴다"고 밝혔다.
이 수녀의 본명은 이명숙. 바다 해(海)에 어질 인(仁)자를 붙인 그의 필명은 한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내년 칠순을 맞는 그는 이제 어떻게 하면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할까 고민한다고 했다.
"제 시집의 인세도 다 재단법인에 넘기고 죽으면 장례식도 간소하게 해달라고 유언장도 작성했어요. 지금 가진 건 주민등록증밖에 없지만 그래도 홀가분합니다."
문학사상. 1권 732쪽·2권 874쪽. 각 3만2천원.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2/17 15:3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