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주말극 '왕가네 사람들'서 허세달 역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데뷔 15년차 배우로 연극과 뮤지컬 무대, TV 드라마, 영화를 오가며 쉬지 않고 활동해왔지만, 그래도 '배우 오만석' 하면 떠오르는 작품은 아무래도 뮤지컬 '헤드윅'이다.
데뷔 이듬해 연극 '이'에서 공길 역으로 신인연기상을 받으며 주목받기 시작했고, 2005년 원조 헤드윅 중 한 명으로 헤드윅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요즘 KBS 주말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 출연 중인 오만석은 무대 위의 카리스마는 찾아볼 수 없는 허랑방탕한 둘째 사위 허세달 역으로 주부 시청자들의 욕을 먹고 있다.
최근 KBS 별관에서 만난 그는 "트위터로 육두문자도 받았다"고 했다.
"이미지 회복이 되겠느냐고 걱정해 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팬들은 속상해하시기도 하고요. 하지만 팬들이나 저나 드라마 보면서 '저 나쁜 놈 정신 차려야 하는데' 하고 욕하는데요, 뭐."
무대에서뿐만 아니라 드라마 첫 주연작인 '포도밭 그 사나이'의 택기나 '왕과 나'의 처선도 진중하고 믿음직한 캐릭터였다.
그런 그에게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로 꼽히는 문영남 작가의 작품, 그 안에서도 대표적으로 욕을 먹는 캐릭터를 선택하는 것이 고민스럽지는 않았을까.
"다양한 캐릭터를 많이 했는데 '이'나 '헤드윅'이 너무나 강렬한 이미지로 많은 분께 각인된 것 같았어요. 유쾌하고 독특한 역할을 해보고 싶었던 차에 허세달 역을 제안받았죠. 주말 드라마를 해보고 싶기도 했고요."
그는 "걱정하거나 몸을 사리면 할 수 있는 게 줄어들고, 현실에 안주하거나 잘하는 것으로만 가려고 하면 도태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허세달의 허랑방탕한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는 "미춰~버리겠네"라는 대사도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제는 실생활에서도 많이 쓰고 주변 사람들은 더 많이 쓰고 있단다.
작품의 주인공으로 대학로 공연 무대와 지방의 드라마 촬영장을 오가며 정신없이 살았던 때가 있었지만 그는 그때를 '최고의 시기'로 꼽지는 않았다. 그저 "내가 가진 것보다 더 잘 됐던 때"라고 했다.
"작품 수는 줄었지만 쉬지 않고 일하는 건 똑같아요. 좋아하는 사람들과 바삐 일하고 있다는 게 좋은 시기죠."
고등학교 때 여성 극단이 하는 연극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보고 눈물을 펑펑 흘렸고, 연극 '이'를 통해 관객과 교감하면서 치유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들어갔지만 스스로 연기를 너무 못한다는 생각에 '내 길이 아닌가 보다' 할 때도 있었다.
"그때 10년 동안 죽어라 해보고 안되면 다른 길을 가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근데 10년째 되던 해에 '헤드윅'으로 결과를 보고 10년 더 해도 되겠다 했고요. 이제 두 번째 10년 중 2년이 남았는데 그때는 어떨지 아직 모르겠네요."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2/16 09:5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