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러시아의 자금 지원을 받아 시간 이동을 연구 중인 우석(정재영). 5년간의 연구 끝에 소기의 성과를 내지만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러시아로부터 프로젝트 중단을 통보받는다.
프로젝트를 연장하려면 아직 실험이 완성되지 않은 시간 여행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 프로젝트에 생명을 건 우석은 동료를 설득해 제자 격인 영은(김옥빈)과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24시간 후인 내일 오전 11시로 떠난다.
미래에 발을 내디딘 우석과 영은은 뜻밖에도 기지가 불탄 사실을 목격하고,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잠시 영은과 헤어진 우석은 누군가로부터 공격받는다.
'열한시'는 동료가 죽고, 연구동이 불바다가 되는 미래를 목격하고 온 우석이
불행을 막고자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은 스릴러다. 국내에선 거의 처음 시도되는 시간여행을 소재로 했다.
영화는 '타임머신'이라는 첨단 과학을 소재로 했지만, 형식과 주제는 오랜 역사
를 자랑하는 그리스 비극을 차용했다. 하루 동안 한 장소에서 하나의 플롯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그리스 고전비극의 양식을 그대로 따른다.
또, 이미 정해진 운명의 화살을 결코 피해갈 수 없다는 내용은 그리스 비극의 세계관을 견지한다. 결국,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우리가(인간이) 바꿀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는 체념적인 세계관에 뿌리박고 있다.
영화는 조악한 컴퓨터그래픽(CG)과 세트 탓에 초반 다소 지루하지만, 이야기
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상당한 흡입력을 보여준다. 점점 광인이 돼 가는 우석을 맡은 정재영의 연기가 빛을 발하면서 극적인 긴장도도 덩달아 높아간다.
극이 진행될수록 조금씩 비밀을 드러내는 영은 역의 김옥빈도 톤 조절을 비교적 잘했다.
영화는 죽음이라는 정해진 미래에 다가갈수록 인물들이 미쳐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할리우드 영화라면 그 과정에서 다양한 갈등 상이 분출될 테지만 '광식이 동생 광태'(2005), '시라노:연애조작단'(2010) 등 멜로·로맨틱코미디로 주목받은 김현석 감독은 사랑과 증오 등 멜로적인 감수성을 스릴러의 자양분으로 삼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된 인물의 그리움과 원망, 복수의 감정이 영화 저변에 깔렸다. 영화를 흐르는 주제곡도 '윌 유 스틸 러브 미 투모로우'(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다.
상영시간이 짧기 때문인지 인물들 간의 갈등과 관계를 밀도 있게 그리진 못했다. CG는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조악하게 보일 것 같다.
11월28일. 15세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99분.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1/22 07: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