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개인전 《대양감정 大洋感情 Oceanic Affection》이 9월 7일(수)부터 10월 7일(금)까지 산수문화에서 열린다. 김경호는 2013년《Magic Bullet Broadcasting Network》(아티스페이스 풀, 개인전)에서 미디어와 결합된 정보가 편집을 통해 오독과 변조, 확산되는 구조를 살펴봤다면, 이번 개인전에서는 작가의 고향인 거제도와 부근의 일상적인 풍경에서 보도연맹 학살사건의 현장,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투신한 장소, 중공업에서 서비스와 관광산업으로 급속히 개발되는 장소들을 담는다.
와이드 스크린인 아나몰픽(Anamolphic) 영상으로 대양의 수평성을 강조한 <지심도 미륵산>(비디오, 2016)에서 작가는 여행자의 시선으로 거제, 통영, 진주 인근의 풍경을 따라간다. 미륵산에 정상에서 미끌어지듯 내려가는 케이블카는 산업도시에서 관광레저도시로 급속히 변화하는 하나의 상징이다. 카메라는 이 케이블카로부터 불황과 구조조정에 휘청이는 거대 조선산업의 현장들, 바닷가의 일상적인 풍경으로 이어지고, 거제 지심도에 이른다. 지심도는 작가의 큰할아버지와 칠십 여명의 사람들이 보도연맹 사건으로 학살당한 장소이다.
<장구섬>(VR, 2016)은 또 다른 학살의 장소 장구섬으로 가는 뱃길을 보여준다. 뱃길을 VR로 연출해, 처형당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보도연맹 희생자들의 울렁증을 가늠케 한다. 보통 VR 기술이 압도적 시각체험으로 이끌며 현실도피에 기여한다면, 김경호에게 VR은 오히려 특정한 역사적 순간에 대한 증강된 환기술이다.
대형 아날로그 필름으로 촬영된 사진들은 담담하게 항만, 바다, 숲과 아파트를 담고 있다. 이 평범한 풍경은 그러나 모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투신한 장소거나 수십 명이 학살된 곳이다. 작가는 과장된 음악과 극적인 나레이션으로 관객을 설득하는 대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은 잔잔한 풍경 속에서 문득 문득 돌아오는 현실과 역사의 상처를 ‘무심하고 불편하게’ 우리 앞에 제시한다.
흔히 바다를 한없이 응시할 때 느껴지는 투신 충동을 '대양감정’이라 하는데, 작가에게 대양감정은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갖고 있다. 하나는 현실의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며, 다른 하나는 그에 대한 적극적인 연민이다.
경남 고성 장구섬, 88x74cm, Pigment Print, 2016
사량도 앞바다에서 보도연맹원이던 아버지가 수장된 충길(59, 고성군성내리) 씨는 “사량도에 있던 김재익 씨의 어장막에 숨어있던 아버지가 양력 7월 2일 배를 타고 육지로 나오려다 최석조에게 붙잡혀 그 길로 끌려가 목숨을 잃었다.”면서 “시신조차 찾지 모새 어머니와 합장 형태로 가묘를 모셔두고 있다”고 했다.
출처: 《끝나지 않는 전쟁, 국민보도연맹》, 김기진, 역사비평사, p172
거제 대우조선소, 88x74cm, Pigment Print, 2016
“조선업 불황과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임금체불에 항의했다가
입사가 거부됐던 적이 있는 조선 하청업체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노동·시민단체에서는 이 노동자가‘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이유로 퇴사를 종용받은 게 배경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관련 업체들은 부인하고 있다.”(한겨례신문 발췌)
지심도 미륵산, 400x110cm, Panorama video(Anamolphic), 2016
통영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와 거제 지심도는
경남의 가볼만한 여행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한국전쟁 전후 당시 거제에서는 1천여 명에 이르는 양민들이 이른바 ‘거제민간인 희생사건’과 ‘거제지역 보도연맹사건’으로 지심도와 가조도 등지에서 희생되었다.
통영 미륵산에 설치된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는 한국에서 유일한
2선 자동순환식 곤돌라 방식으로 스위스의 최신기술에 의해 설치되었다.
8인승 곤돌라 48대는 폐업한 조선소 뒤를 지나 해발 461m의 미륵산 정상으로 탑승객을 지체 없이 실어 나른다. 지난 4월 27일 경남 통영 케이블카가 8년 만에 탑승객 천만 명을 돌파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김경호(1977년 생) / kyounghokim.com
김경호는 대구예술대학교 사진영상학과를 졸업하고 명지대학교 대학원에서 사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개인전으로는 아트스페이스 풀에서 《Magic Bullet Broadcasting Network》(2013)가 있으며, 《오작동라이브러리》(서울시립미술관, 2014), 《책상위의 한선정은 결국》(인사미술공간, 2012), 《군산리포트》(대안공간 풀, 2012) 등의 그룹전 및 기획전에 참여하였다.
서울 신림동에 있는 ‘산수문화’는 동아시아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다층적으로 모색하는 미술공간이다. 우리의 상식, 정보에서부터 지식에 이르기까지 전통, 동양, 아시아 등에 상투적으로 붙어 있는 기존의 사고방식으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보고자 한다. 문화의 특수성을 통한 보편성, 긴 시간대에서 보는 현재, 지역 공간과 구체적으로 연결된 세계에 관심을 가지며, 쓰이지 않은 역사, 전통 밖의 전통, 무의식적 습속, 탈식민적 상상의 양상 등에 주목한다.
산수문화 운영자
김지평 이메일 sansumunhwa@naver.com 전화번호 010 6366 2521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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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표 기자 su1359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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