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종이접기는 파워풀하고 다이내믹합니다"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종이로 접은 복(福) 주머니가 인상 깊습니다. 한국의 종이접기는 굉장히 파워풀하고 다이내믹합니다."
한국 땅을 처음 밟은 영국종이접기협회 마크 볼리토 회장은 1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very'(매우)라는 단어를 연거푸 구사했다.
'한국을 방문한 느낌을 말해 달라'는 질문에는 "한국 사람들이 매우 친절하고, 도시도 아주 바쁘게 돌아가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또 '한국의 종이접기 문화를 처음 접한 느낌이 어떤가'라고 묻자 "매우 인상적이고, 기품이 있어 보인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볼리토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장충동 종이나라빌딩에서 종이문화재단·세계종이접기연합(이사장 노영혜)이 종이문화의 날(11월11일)을 맞아 주최한 '대한민국 종이접기·종이문화 컨벤션'에 초청돼 방한했다.
그는 컨벤션에 참가한 250여 명의 국내외 전문 강사와 종이문화 애호가에게 '예술과 디자인에서의 종이접기 응용'이란 주제의 강의와 함께 종이접기 시연을 펼쳤다.
"종이접기는 그 자체가 즐거움입니다. 새로운 도안을 만들어 무엇인가를 창조해 보십시오. 그 기분은 날아갈 듯이 기쁠 것입니다. 뭘 만들 것인지 소재를 따로 정해놓지는 마세요. 눈으로 딱 봐서 그걸 접으십시오. 그러면 그게 아이디어가 됩니다."
볼리토 회장은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수강생들의 열정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자신의 삶과 종이접기 철학을 쏟아냈다. 강의를 이어가면서 손에서는 계속 작품이 만들어졌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종이접기에 관심이 많아 항상 손에서 종이가 떠나질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공인회계사가 됐고,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영위했다.
그러다가 2004년 회계사에 버금가는 월급을 줄 테니 종이접기로 직업을 바꿔보지 않겠느냐는 지인의 권유로 전업작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지금은 BBC, MTV 등 굴지의 방송사와 함께 여러 출판사, 교육기관, 캐논·HP 등 고객이 요구하는 작품을 예술적이면서 상업적으로 맞춤 제작을 하는 작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또 비영리단체인 영국종이접기협회 사무총장을 거쳐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협회는 1967년 설립됐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먼저 세워진 단체입니다. 종이 접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700여 명의 회원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전업작가는 저를 포함해 3∼4명밖에 없습니다. 런던에 있는 회원들은 매월 한 차례씩 만나지만 영국 전역의 회원들은 1년에 두 차례씩 열리는 컨벤션에서 만납니다. 잡지와 뉴스레터를 발행해 서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협회 소개와 함께 종이접기에 대한 자신의 지론도 펼쳐보였다.
그는 "종이접기는 손을 많이 쓰기 때문에 공간을 이해하는 능력, 수학을 알게 하는 능력. 변화하는 것을 감지하는 능력이 생긴다"며 "어릴 적부터 종이를 접는 것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등을 돌며 특강을 펼친 그는 캐나다에서는 한 사람당 20분씩 50명을 만나 1대 1 종이접기 강의를 하는 강행군을 한 적도 있다.
책 한 권을 낼 때 1천 개의 종이접기 아이디어를 수록한다는 볼리토 회장은 현재 10권의 책을 출간했다.
"뭐든 가장 빠르게 접을 수 있습니다. 아마 세계에서 제일 스피드할 걸요. 그래도 원칙은 있습니다. 가령 빌딩을 접는다고 칩시다. 우선은 거리에 나가 사진을 찍습니다. 그리고 사진을 보고 건물 하나하나를 종이로 접습니다. 이처럼 사진에 나오는 것들을 한 가지씩 종이로 접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보면서 즉흥적으로 나오는 아이디어에 따라 나머지는 자유스럽게 접습니다."
종이접기를 통해 다른 문화와 소통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그는 영국에서도 어릴 때 종이비행기, 학, 동서남북, 배 등을 접으며 친구들과 어울리며 논다고 설명했다.
오는 15일 출국하는 볼리토 회장은 "앞으로 한국 종이문화의 역사와 종이접기에 좀 더 관심을 두고 볼 것"이라며 "양국 협회 간의 교류도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1/11 14:5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