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훈씨 장편소설…절대권력에 맞선 소시민 분투기 그려
"재미 돋보이는 매끈한 소설"·"발칙한 생기에 끌려" 평가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연합뉴스와 수림문화재단이 신진작가 발굴을 위해 공동제정한 제1회 수림문학상 당선작 '훌리건 K'가 출간됐다.
최홍훈(33) 씨의 장편소설 '훌리건 K'는 육손의 전직 고교야구 선수가 20년 전 시합에서 있었던 오심을 잊지 못하고 야구계의 절대권력인 국민심판 포청천을 찾아가 항의하는 과정을 재기발랄하게 그려냈다.
작가는 소설에서 1990년대를 풍미했던 인기 드라마 '판관 포청천'의 인물들을 불공정의 마스코트로 등장시키며 지배층의 권력과 불안, 피지배층의 순응과 용기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공정하지 못한 사회 속 소시민의 불복종에 대해 쓰고 싶었다"는 게 작가의 얘기다.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지만 작가는 시종일관 유머와 재치를 잊지 않는 이야기 솜씨로 주제를 장악한다. 권력의 횡포에 삶이 휘청거린 소시민의 목숨 건 대항을 능청스럽게 밀고 나간다.
심사위원장인 소설가 박범신 씨는 "소설을 재미있게 쓰는 방법을 소설가들이 잃어버린 시대라는 걸 감안하면 '훌리건 K'는 더 돋보이는 소설"이라며 "무거운 주제라 할 수 있는 지배권력의 알레고리를 이만큼 유니크하고 흥미진진하게 서술하긴 쉽지 않다. 유쾌하고 슬프고 매끈하다"고 평했다.
심사위원인 소설가 정미경 씨도 "여섯 개의 손가락으로 상징되는 아버지와 그를 가장으로 둔 가족은 우리 사회의 '잉여'임이 분명하나 밑바닥을 뒹굴면서도 기죽지 않고 우울해하지 않는다. 이 발칙한 생기에 끌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 평가했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작가는 1999년 대학에 입학한 뒤 10년에 걸쳐 세 군데의 대학을 다녔다. 2009년 가을 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나서 습작에 매진하며 쓴 '훌리건 K'로 제1회 수림문학상 수상의 행운을 안았다.
소설에서 야구를 치켜세우느라 축구와 농구를 '공놀이'로 전락시킨 작가는 "가장 먼저 축구팬과 농구팬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작가는 "야구 이외의 다른 스포츠를 모욕할 의도는 추호도 없었음을 믿어달라"며 "나 역시 조기 축구인이자 농구팬"이라며 웃었다.
상금은 5천만 원이며 시상식은 18일 열린다. 연합뉴스와 수림문화재단은 매년 봄 수림문학상을 공모해 8월 중 당선작을 발표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256쪽. 1만2천 원.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1/11 09:5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