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예술극장, '3色 공연 연계 강연' 정례화
국립극장·예술의전당도 관련 강좌 운영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지난 4일 저녁 7시 명동예술극장.
로비는 안톤 체호프의 대표작 '바냐 아저씨'를 보러 온 관객으로 북적였다. 공연 시작을 30분이나 남겨둔 시각이었지만,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장내를 서성였다.
이들이 일찌감치 극장을 찾은 건 이날 열리는 '15분 강의'를 위해서였다.
정명주 공연기획팀장의 진행으로 열린 강의에서 관객들은 '바냐 아저씨'가 집필된 19세기 말 러시아의 상황과 등장인물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최근 공연계에서 작품에 대한 관객의 이해를 돕는 공연 연계 강연이 활성화되는 추세다.
이전에는 일회성 행사로 기획된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극장의 '브랜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명동예술극장(극장장 구자흥)은 앞으로 각 작품마다 세 개 강의로 이뤄진 공연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10일 밝혔다.
그동안 작품에 따라 간헐적으로 열어온 '15분 강의'를 비롯해 '예술가와의 대화'·'영화로 보는 연극' 등 강연을 '세트 프로그램'으로 구성해 정례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극장은 다음 달 4일 연극 '햄릿'(오경택 연출·정보석 주연)의 개막과 함께 7일 '예술가와의 대화', 9일 '15분 강의'를 차례로 연다. 10일에는 이혜경 원주대 영문학과 교수를 초빙해 강연 '영화로 보는 연극 - 로렌크란츠와 길덴스턴은 죽었다'를 진행한다.
극장 측은 "영화를 구하기 어려운 작품은 다른 관련 문화콘텐츠로 강의를 구성할 계획이지만, 기본적으로 이러한 '3색 연계 강연'의 틀은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도 앞으로 작품의 이해를 돕는 '관객 아카데미'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극장은 지난달 연극 '단테의 신곡'(11월2-9일 공연)과 연계한 무료 아카데미를 세 차례에 걸쳐 진행해 968명의 수강자를 모았다. 중복 수강자를 포함해 산출한 1회 평균 수강생은 409명에 달했다.
연극 '단테의 신곡'
이탈리아 시인 단테 알리기에리(1265-1321)의 서사시를 각색한 작품이다. 국립극장은 연극의 개막에 앞서 지난 달 연계강의 '관객 아카데미'를 열었다. (사진제공:국립극장) |
이 극장의 이주연 홍보팀장은 "박상진 부산외대 이탈리아어과 교수와 배우 지현준·박정자·정동환 등이 강연자와 낭독자로 나선 강의에 수강자의 호응도가 높았다"며 "'단테의 신곡'이 전회 매진을 기록한 데에도 아카데미의 기여가 있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고전 작품을 중심으로 연계 강연을 적극 기획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예술의전당(사장 고학찬)은 CJ E&M과 함께 뮤지컬 '베르테르'(12월4일-내년 1월12일, 토월극장)의 연계 강연을 기획해 뮤지컬의 토대가 된 괴테의 소설 '베르테르의 슬픔'을 탐색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강연은 고선웅 작가의 '독일 대문호, 괴테의 모든 것'·'뮤지컬 속 베르테르 사랑 탐구', 임홍배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교수의 '베르테르의 고뇌와 사랑', 이응준 작가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현대적 읽기'로 구성됐으며, 수강료는 회당 2만원이다.
공연 관계자들은 최근 공연계에 분 '고전 열풍'이 공연 연계 강연 활성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고대 그리스 비극과 영국·미국·러시아의 근대 희곡 등이 잇따라 무대에 오르면서 작품의 시대·사회적 배경을 이해하고자 하는 관객의 관심이 증폭했다는 설명이다.
구자흥 명동예술극장장은 "SNS와 인터넷 블로그에 게재된 공연 리뷰를 보면 평론가의 수준에 준하는 관객의 안목을 읽을 수 있다"며 "연계 강연은 작품에 대한 관객의 지적 욕구를 충족하고, 연극을 더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도록 안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1/10 07:1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