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문학나눔사업과 우수학술·교양도서 선정사업을 통합 운영키로 한 문화체육관광부의 방침에 원로 문인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두 사업이 합쳐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권 소관이 되면 민간 전문가를 중심으로 운영됐던 문학나눔사업에 관(官)이 개입하게 되고 문학의 자율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민영·천양희 시인과 현기영·윤후명 소설가, 염무웅 문학평론가는 8일 서울 중구 예장동에서 문학나눔사업 통합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통합 방침은 문학을 출판산업에 예속시킬뿐더러, 지원금을 빌미로 문학인의 손발을 묶는 결과가 될 것임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본래 이 사업은 문학의 진흥을 위해 정부가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전문성과 자율성을 가진 민간단체에 운영을 맡겨왔던 것"이라며 "이제 출판산업 진흥이 목적인 공공기관으로 사업을 이관시키겠다는 것은 통제와 검열의 시대로 돌아가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이 발표한 성명서에는 신경림·정희성 시인, 소설가 황석영·조정래·윤흥길·최일남, 문학평론가 백낙청·구중서 등 모두 13명의 문인이 서명했다.
-
- 문학나눔사업 폐지 반대 원로문인 기자회견
- (서울=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8일 오전 중구 예장동 문학의 집 서울에서 열린 문학나눔사업 폐지를 반대하는 원로문인 기자회견에서 염무웅 문학평론가가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왼쪽부터 현기영 작가, 염무웅 문학평론가, 천양희 작가. 2013.11.8 yangdoo@yna.co.kr
기자회견에서 윤후명 작가는 "문학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전시행정의 뒤에 있다고 해서 이렇게 홀대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라며 "문학인에게 글을 쓰는 최소한의 자유가 맡겨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염무웅 문학평론가는 "(사업이 통합되면) 문학 지원금이 늘어날 수도 있겠지만 문학을 통제하고 검열의 수중에 넣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면서 "(문학지원사업은) 문학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자율적으로 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광규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은 "각 문학단체들이 공통적으로 반대하고 있는데도 정부가 통합을 강행한다면 이를 막을 또 다른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5년부터 시작된 문학나눔은 복권기금으로 구입한 문학 도서를 소외계층과 지역에 보급해온 사업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사업의 목적이 우수학술·교양도서 선정사업과 유사하다고 보고 2014년부터 두 사업을 통합 운영하고 예산을 90억 원에서 142억 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1/08 13:3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