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어디 여자가, 병신이, 그것도 혼자서…."(영화 '더 파이브'에서 잡범들이 주인공을 비하하는 대사)
'더 파이브'는 스릴러 장르에서 이렇게 사회적으로 물리적으로 힘없는 약자인, 다리를 쓸 수 없게 된 여자를 주인공으로 설정했다는 점부터 독특한 영화다.
연쇄살인마와 그 희생자 가족의 복수 이야기라는 뼈대는 스릴러 영화의 닳고 닳은 설정이지만, 가장 약한 주인공을 중심에 놓고 네 명의 조력자와 보조 장치들을 설계함으로써 이전의 복수 스릴러와는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특히 주인공을 돕는 조력자들 역시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 딱히 가진 게 없는 비루한 처지에 종종 이기심에 휘둘리는 '보통 사람들'이라는 점이 이야기의 흡인력을 높인다.
살인마의 뒤틀린 욕망뿐 아니라 그와 싸우는 다섯 인물 각자의 절박함과 욕망이 부딪히며 화학 작용을 일으킨다. 여기에 주연배우 김선아를 비롯해 각각의 캐릭터로 분한 배우의 열연이 더해지면서 촘촘하고 긴장감 있는 스릴러가 완성됐다. '더 파이브'라는 제목이 힘을 얻는 이유다.
정연식 감독은 '더 파이브'를 웹툰으로 그려 인터넷에 연재한 뒤 이를 직접 영화로 만들었는데, 탄탄한 각본에 더해 꼼꼼한 연출이 돋보인다.
다만, 싸이코패스인 연쇄 살인마 설정과 피해자들에게 희생당하는 장면이 지나치게 잔인하다는 점이 대중성을 해친다. 또 이야기와 드라마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스릴러 영화인 만큼, 원작인 웹툰을 이미 본 관객들에게는 재미가 덜하게 다가갈 수도 있다.
이야기는 주인공 고은아(김선아 분)의 행복한 가정에서 출발한다. 사랑하는 남편과 열네 살 딸아이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던 은아는 어느날 동네 슈퍼에 갔다가 한 남자(온주완)와 마주친다.
딸아이는 이 남자와 동행하는 십대 소녀가 같은 학원에 다닌 적이 있는 언니임을 알아본다. 그리고 며칠 뒤 은아와 딸아이는 다시 이 남자를 길에서 마주치고 아이는 이 남자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날 은아 모녀를 쫓아온 남자는 남편과 아이를 무참히 죽이고 은아만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2년 뒤 다리를 못 쓰게 돼 휠체어 신세를 지는 은아는 하루하루 아무런 희망 없이 살아가며 오직 복수만을 생각한다.
무기를 구하려고 잡범들과 거래하려 나간 자리에서 "어디 여자가, 병신이, 그것도 혼자서…"라는 욕과 함께 돈만 뺏기고 돌아온 날, 복수를 하기에는 자신이 가진 게 없음을 절감하며 흐느낀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유일하게 가진 게 다리를 제외한 건강한 신체임을 깨닫고 이를 이용해 자신을 도울 조력자를 찾아나선다.
은아의 장기를 받아 아픈 가족에게 이식수술을 해줄 욕심으로 은아를 돕게 된 네 사람 정하(이청하), 남철(신정근), 대호(마동석), 철민(정인기).
하지만, 이들은 각자 다른 마음을 품고 은아의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게다가 살인마는 예상보다 훨씬 더 지능적이어서 은아 일당을 역습해온다.
14일 개봉. 상영시간 123분. 청소년관람불가.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1/06 10:3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