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한옥 사랑 이양규씨 3년 노력…12월 19채 우선 선보여
전통기법·친환경 시공 특징…무형문화재 이근복씨 기와 얹어
(고양=연합뉴스) 우영식 기자 = 우리 고유의 멋과 선을 살린 전통 한옥 체험마을이 들어선다.
편안한 집이라는 뜻을 가진 '정와(靖窩)'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정와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사리현동 15만㎡에 조성된다.
1단계로 한옥 19채를 지어 다음 달 문을 연다. 전통가옥을 72채로 늘리고 초가집과 한옥학교, 한옥박물관도 짓는다. 2016년 완공이 목표다.
정와는 장인들의 기술과 이양규(59) 회장의 한옥 사랑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이 회장은 어린 시절 기와집에 살며 향교를 다녀 한옥에 대한 추억이 남다르다.
1997년 IMF 때 은행에서 퇴직한 이 회장은 가족들과 뜻을 모아 제대로 된 한옥을 만들어보자는 집념으로 10여 년 간 한옥 공부를 한 끝에 정와를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정와에 짓는 한옥은 전통 기법을 활용, 옛 모습을 그대로 살리고 친환경적으로 시공한 게 특징이다.
나무와 기와, 황토 등 한옥을 짓는 데 사용한 재료도 모두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것들이다.
대들보와 기둥 등 나무 재료는 극한의 자연환경에서 자라 나무의 터짐이나 뒤틀림이 덜한 금강송을 사용했다.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에서 간벌 과정에 생산된 것으로 공매과정을 거쳐 구했다.
금강송은 조선시대 왕실의 목재로 궁궐을 짓거나 임금의 관을 만드는 데 사용했으며 현재는 문화재 복원용 등으로 엄격히 관리된다.
기와는 번와장(와공) 무형문화재로 숭례문 복원사업에도 참여한 이근복(63)씨가 고령토를 사용, 전통방식으로 직접 제작했다. 한옥 고유의 멋스러움을 최대한 살렸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마감재로는 시멘트 대신 황토를 사용했다. 벽돌도 황토를 가져와 현장에서 직접 제작하고 있다. 화장실만 현대식으로 꾸미다 보니 시멘트가 사용됐다.
목수 40여 명이 동원돼 재료를 일일이 손질하는 등 전통방식을 고집하다 보니 한옥을 짓는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됐다.
총 사업비는 1천억원으로 한옥 1채를 짓는데 수십억원이 들었다. 19채를 짓는데 만 꼬박 3년이 걸렸다.
전체적으로는 경사를 최대한 살려 가옥마다 집안에서 북한산 자락의 수려한 경치를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정와 측은 설명했다.
한옥 1채는 대지면적 1천∼1천500㎡에 건축면적 180∼250㎡ 규모로 방 3개와 거실, 주방 등을 갖췄다. 한옥이 불에 취약한 점을 감안해 조리시설은 없다.
정와는 문을 연 뒤 일반인에게 분양하지 않고 외국인 관광객 등에게 숙박을 제공하거나 당일 한옥 체험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노광복 정와 이사는 "정와는 겉모습만 전통 한옥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와 정서, 자연을 담아냈다"며 "특히 정와는 겉으로 보는 것만 아니라 체류하면서 한옥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외국인뿐 아니라 일반시민에게도 옛 정취를 보여주는 문화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친환경 전통 흙집과 나무집을 버리고 아파트로 주거공간이 바뀌며 많은 병이 생겨났다"며 "40년 뒤 후손들에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정와의 가치를 평가받고 싶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1/06 10:2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