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천경자 화백의 작품 '미인도'는 과연 누가 그린 것인가?
고(故) 천경자 화백의 작품 '미인도'는 과연 누가 그린 것인가? '미인도' 위작(僞作) 논란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배용원)는 8일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62)씨를 고소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한다고 6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4월 '천 화백이 그리지 않은 미인도를 천 화백 작품이라 주장하고 있다'며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미술계 인사 6명을 사자(死者) 명예훼손·저작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미국 몽고메리칼리지 미술과 교수인 김씨는 검찰 조사를 위해 6일 밤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인도 위작 논란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 중이던 미인도를 1991년 전시회에서 처음 공개하면서 촉발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인도가 천 화백 작품이라고 소개했지만, 당시 천 화백은 작품을 직접 본 뒤 "내가 그린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화랑협회 등 미술계는 자체 감정을 벌여 '미인도는 천 화백 작품이 맞다'고 발표했다. 1999년엔 다른 위작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화가 권춘식(69)씨가 "미인도는 내가 그린 위작"이라고 했지만,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미인도는 천 화백 작품'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해 천 화백이 별세하면서 위작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자, 천 화백 유족은 관련된 사람들을 검찰에 고소했다. 25년 동안 계속된 논란을 매듭짓기 위해 검찰은 위작 여부를 과학 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미인도가 천 화백 화법(畵法)과 일치하는지를 따지는 미학적(美學的) 검증도 하겠지만, 과학적 검증이 뒷받침돼야 모두가 수긍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검찰은 미인도에 사용된 물감 성분을 분석하고, X-ray·적외선 검사 등도 할 계획이다.
천 화백은 생전 주로 수입 물감을 사용했지만, 위작을 그렸다고 주장한 권씨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내산 물감을 사용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미인도 물감 성분 검사는 1991년에도 있었지만, 당시에는 기술 수준이 높지 않아 서로 다른 물감 성분의 차이를 확인하기가 힘들어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25년이 지난 지금은 분석 기술이 나아져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위작 화가는 밑그림을 그릴 때 주로 먹지를 사용하는데, X-ray·적외선 검사 등을 통해 먹지 사용 여부가 확인될 수도 있다. 검찰은 최근 이우환 화백의 작품 13점을 위작이라 판정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맡기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고소인 측은 해외 기관 의뢰를 원하고 있어 복수(複數)의 기관에 동시에 분석을 맡길 가능성도 있다.
문화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