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중국 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서 주장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중국 전통으로 마르크스와 칸트를 녹여내고 하이데거의 것까지 포괄해야 한다고 말하는 겁니다. (중략) 유학의 정수를 생생불식(生生不息, 사물이 끊임없이 생장하고 번성한다는 뜻)의 인류학 기초 위에 올려놓아야 합니다."
중국 사상계의 거목 리쩌허우(李澤厚)가 직접 자신의 철학 체계와 학술 역정을 들려주는 책 '중국 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가 국내 번역됐다.
책 대부분은 중국 작가이자 평론가인 류쉬위안이 2010년 10월 리쩌허우를 찾아가 세 차례 좌담한 결과다.
'중국근대사상사론' '미의 역정' '역사본체론' '비판철학의 비판' 등 중국 사상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저작으로 유명한 리쩌허우는 책에서 중국 철학의 존재와 본질을 제시한다.
특히 서양 철학적 사고방식과의 근본적인 차이점에 대해 깊이 사유했다.
리쩌허우는 "중국 전통은 서양과는 달리 현대철학처럼 파편화된 자아를 강조하지 않는다"며 "인류는 오로지 자기가 자기를 구원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중국 철학은 바로 자기가 자기를 구원할 것을 강조한다"고 설명한다.
현대 문명에서 여러 한계를 드러내는 서양 사상의 새로운 탈출구를 중국 전통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존재(Being)를 추구하는 서양 철학의 언어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언어에서 벗어나 심리를 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지금이야말로 심리주의의 중국 전통을 계승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저자는 또 세계 주류 철학에서 부족한 점과 중국 사상 전통에서 필요한 점 등을 파악해 둘의 빈자리를 메우는 사상 체계인 '정(情) 본체'를 제시했다.
리쩌허우에 따르면 포스트모던 철학은 지금 인류생활의 곤경을 표현한 것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그는 정감과 신앙의 측면을 철학이 포괄한 형이상학인 정 본체를 제시하며 "중국의 전통을 기초로 세계를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지나침도 없고 모자람도 없는 '도(度)'의 철학도 강조한다. 인류는 '도'에 의지해서 생존했기 때문에 인류 생존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리쩌허우는 자신의 학문 여정과 함께 인간적인 에피소드도 소개한다. 베이징대 철학과에 입학하게 된 과정, 대표작 '비판철학의 비판'을 출간할 때 출판사와 빚은 갈등, 머릿속 구상을 문장으로 풀어쓸 때 겪는 어려움 등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전한다.
류쉬위안 엮음. 이유진 옮김. 글항아리. 356쪽. 1만8천원.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30 11:2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