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그 어느 때보다 연결된 사회. 하지만 그 누구와도 소통하지 못하는 개인. 영화 '디스커넥트'(Disconnect)는 온갖 망으로 엮인 인터넷 세상 속에서 외로움에 허덕이는 현대인의 표류하는 삶을 건드린다.
영화는 세 편의 이야기를 토대로 외로움의 섬에 갇힌 인물들의 공허함과 외로움을 나른한 절망과 곁들여 보여준다.
음악에만 빠져 사는 오타쿠 벤(조나 보보)은 친구 하나 없는 외톨이. 그를 골려주려는 제이슨(콜린 포드)은 제시카라는 아이디로 벤에게 접근하고, 둘은 사이버상 절친으로 발전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나체 사진을 보내달라는 제시카의 요구에 벤은 고심 끝에 이를 송고하고, 이 사진은 곧 트위터를 통해 일파만파 번진다. 치욕을 느낀 벤은 목을 매고, 제이슨은 극도의 불안에 휩싸인다.
영화는 벤의 이야기를 포함해 불법성인사이트에서 화상채팅을 하는 가출청소년을 보도한 지방 방송국 니나(안드레아 라이즈보로)의 이야기, 채팅을 하다가 피싱에 걸려 전 재산을 탕진한 데릭(알렉산더 스카스카드)-신디(폴라 패튼) 부부의 이야기를 비슷한 분량으로 보여준다.
다큐멘터리 '머더볼'(2006)로 주목받은 헨리 알렉스 루빈 감독은 세 편의 이야기를 통해 기술과 자본의 발전으로 되레 퇴색해버린 '인간관계'에 주목한다.
가장 가까워야 할 가족구성원은 바쁜 생활과 성공의 열망 탓에 조금씩 멀어지고, 가정에서 내쳐진 청소년들은 따뜻한 보금자리 대신 매춘의 사각지대로 내몰린다. 영화는 이런 관계의 역설을 촘촘하고 탄탄한 이야기로 엮어 올린다.
아들에게 모욕을 준 이를 찾으려 노력하는 벤의 아버지, 친구를 농락하며 아버지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한(恨)을 풀려는 제이슨, 어린 아들을 강하게 키우려는 나머지 아들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제이슨 아버지의 예를 통해 영화는 다가가려는 노력 없이는 관계의 진전이 이뤄질 수 없고, 심지어 상대에게 상처까지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디스커넥트'는 이처럼 관계 증진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판으로 이야기하지 말고 육성으로 말하라고 주문한다. 이제는 접속을 끊고 내 가족, 내 이웃, 내 친구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라고 말이다.
11월7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상영시간 115분.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25 06:2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