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국감..."의약품 처방조제지원 시스템 제구실 못해"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A씨(22)는 융괴성 여드름으로 고생하다가 병원에서 항생제인 '바이브라마이신-엔정'과 여드름치료제인 '이소트렌연질캡슐'을 처방받았다. 하지만 이 두 약은 함께 복용하면 두개내 고혈압(두개골 안의 뇌척수액 압력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증상)이 발생해 시력을 잃을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그래서 건강보험당국은 이른바 '병용금기' 약으로 관리해 의사가 처방하거나 약사가 해당 약을 짓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당국은 환자가 안전하고 적정한 약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약을 복용하기 이전 단계에서 부적절한 약물의 처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의약품처방조제지원서비스'(DUR; Drug Utilization Review)를 마련, 2010년 12월부터 전국 모든 약국과 의료기관으로 확대해 시행하고 있다.
이 시스템 아래서 특정 연령의 소아환자가 먹어서는 안 되는 약은 '연령금기'약으로, 임신한 여성이 복용해서는 안 되는 약은 '임부금기' 약으로, 동일성분의 약들은 같이 처방되지 않도록 중복처방 금기 의약품으로 묶어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일종의 의약품 안심사용서비스라 할 DUR 제도의 전면 시행에도 불구하고 여태껏 금기 약이 처방되는 등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비판의 목소리는 1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대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쏟아져나왔다.
민주당 양승조 의원은 "심평원 자료를 보면, DUR 전면시행 후 올해 3월 현재까지 27개월간 금기 의약품 처방건수 10만여 건에 달한다"면서 "과연 DUR이 잘 운영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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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 <<연합뉴스DB>>
같은 당 이목희 의원도 "2011년 심평원의 DUR 운영 점검결과를 보면, 동일성분 의약품이 중복으로 처방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면서 "의약품 중복처방에 따른 국민건강 악화와 건강보험 재정 낭비를 막을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같은 당 김성주 의원은 "임부금기 위반 40%, 연령금기 위반 40% 등 DUR 경고를 무시하는 병의원 많다"면서 "게다가 DUR 경고를 따르지 않으면 그 이유를 적어야 하는데, 연령금기 우울증용 흥분제를 5세 환자에게 처방하면서 'ㅎ' 'ㅋㅋㅋ', 'aaa' 등 의학적으로 의미가 없는 사유를 쓰는 일마저 있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 역시 "심평원이 지난 4월 벌인 DUR기관 점검현황을 보면, 성실하게 DUR 제도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은 81.3%에 그치는 등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병용금기, 연령금기, 임부금기 약이 처방되는 일이 끊임없이 발생해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같은당 민현주 의원은 "현재 DUR 사용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요양기관의 실제 사용률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DUR의 효과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DUR을 통해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할 수 있다는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강윤구 심평원장은 "법적 근거가 없어서 지금은 계도와 행정지도만 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면서 "법제화를 통해 DUR 사용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18 11:1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