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임진왜란 때 불에 탄 춘추관, 성주 등 3곳의 사고(史庫)와 달리 유일하게 조선왕조실록을 온전히 지켜낸 전주사고의 정신을 되새기기 위해 전북 전주시가 19일 포쇄 재현행사를 열었다.
포새(曝 日+麗)는 책이 습기와 해충에 손상되는 것을 막고자 바람과 햇볕에 말리는 것을 말한다.
조선시대에는 장마철을 피해 봄이나 가을의 맑은 날을 택해 바람을 쐬고 햇볕에 말리는 실록 포쇄를 3년 혹은 5년마다 정기적으로 시행했다.
이를 담당하는 포쇄별감이 춘추관에 설치됐고 포쇄때마다 일지를 썼을 정도다.
포쇄는 매우 엄격하게 진행됐는데, 왕실에서 사관(史官)을 파견하고 실록 포쇄 형지안에는 누가, 몇 명이 참여했는지 등 시행절차를 자세히 기록하도록 했다.
그 절차는 사관이 관복을 입고 네 번 절을 한 다음 사고를 열어 책을 꺼내 포쇄하고 기름종이로 잘 싸서 천궁 혹은 창포와 함께 궤에 넣고 봉인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이날 오후 전주 한옥마을 경기전(慶基殿) 안 전주사고에서 열린 포쇄 행사는 이 같은 역사적 고증을 거쳐 재현됐다.
송하진 전주시장 등 참여자들이 포쇄 시작을 알리는 4배를 한 뒤 사고 문을 열어 실록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봉심과정을 거쳐 실록 궤를 개봉해 실록을 꺼냈다.
이어 실록을 한 장씩 넘기며 바람과 햇볕을 쐬는 거풍을 하고 실록을 궤에 넣고 자물쇠를 채웠다.
송하진 전주시장은 "조선왕조실록이 수백년을 견뎌내고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수 있었던 것은 포쇄와 같은 선조의 지혜와 정성이 깃들어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19 17:4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