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브루스니까 숲' 17∼30일 서강대 메리홀서 공연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오는 17일부터 30일까지 서강대 메리홀에서 공연되는 연극 '브루스니까 숲'은 해방 직후부터 1990년까지 사할린을 무대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지난해 초연한 이 작품의 희곡을 쓴 김민정 작가는 1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브루스니까 숲'은 고향을 떠나 이국에 남겨진 사람들이 한평생 기다려온 '그날'에 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200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해 연극, 뮤지컬, 오페라 대본을 써온 작가는 지난 2011∼2012년 3개월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으로 러시아 사할린에 머물 기회를 얻었다.
처음에는 사할린이 어디쯤에 있는지도 잘 모른 채 "한겨울의 러시아를 느껴보고 싶다", "이왕이면 한국 사람이 있고 우리 역사가 있는 곳이 낫겠다" 정도의 생각으로 선택한 지역이었는데 길지 않은 체류를 통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할린 한인들을 만나면서 느낀 것은 한(恨)보다는 정(情)이었습니다. 늘 불러서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시던 통역 아주머니, 눈길을 걸어와 소월의 시를 노래로 불러주시던 시인 선생님, 행사가 열리는 곳마다 데려가 준 새고려신문 인턴까지 그곳에 우리 민족이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브루스니까 숲'도 원래는 전쟁 직후 국경 마을을 배경으로 한 우화 같은 이야기였는데 연출가와 논의하는 과정에서 사할린으로 배경이 바뀌었다. 작가가 사할린에서 보고 들은 것들이 바탕이 됐다.
연극은 1945년 해방 후 마을에 학살이 일어나던 날, 1960년대 초 한인 2세가 북한으로 초청받아 떠난 날, 1990년 한·소 수교를 앞두고 45년 만에 한국인이 사할린에 오던 날 등 세 시기의 '그날들'을 역순으로 펼쳐내며 고국의 의미를 묻는다.
"초연을 하기 전 사할린 한인들의 이야기가 지금 이 땅의 우리에게 왜 필요한가를 수없이 질문해 봤습니다. 피부에 와 닿는 문제가 아니어서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궁금했고요. 공연을 올리고 나니 어렵다는 분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대학생이 많이 보러 와서 참 고맙고 반가웠죠."
초연 당시 세 시기의 그날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풀어냈다면 이번 재공연 때는 조금 변화를 줘 중년이 된 한 사내의 삶 속에서 사할린 한인의 비극을 보여줄 예정이다.
작가는 "사할린에서 영주귀국하신 분들, 그리고 사할린에 있는 한인들에게 이 공연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작가는 '브루스니까 숲' 말고도 또 다른 사할린 작품을 준비 중이다. 사할린 체류 당시 한인 2세에게 들은 어머니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희곡으로, 집필을 위해 사할린을 몇 번 더 다녀오고 영주귀국한 1세들도 만나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눈으로 본 세상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다리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시대에 나는 무엇을 보고,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자문해 볼 때가 많습니다. 꾸준히, 지치지 않고, 한눈팔지 않고 글을 쓰고 싶어요."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16 07:2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