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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이주여성들 모두 민간외교관" 대만 황의순 씨

posted Oct 1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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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결혼이주여성들을 낮춰 보는 시선이 여전하지만, 우리 스스로 출신국가를 대표하는 민간외교관이라는 각오로 살아가다 보니 우리 스스로의 자존감도 높아지고 주변의 시선도 조금씩 바뀌더군요."

 

1999년 한국에 유학 왔다 한국인 남편을 만난 황의순(37) 씨는 13일 "결혼이주여성들에 대한 차별의식을 바꾸는 길은 우리 스스로 한국 사회에 필요한 존재가 되는 길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황 씨는 2008년부터 구리시 일대에 거주하는 결혼이주여성들과 함께 '무지개 학습동아리'를 만들었고, 2011년부터 단체 이름을 '아름다우(多友)'로 바꿔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황 씨는 "동아리는 이주여성들 스스로 우리의 자질을 높이고 한국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서였다"면서 "동아리 활동 이후 회원들 모두 자존감이 높아지고 특히 다문화가정 2세 아이들이 엄마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엄마에 대한 말만 나오면 입을 닫으려던 아이들이 지금은 스스로 엄마의 출신국에 대해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게 됐다는 것이다. 황 씨는 "며느리들이 자신감을 갖고 사회활동을 하다 보니 아이들뿐만 아니라 남편과 시댁 식구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아름다우 회원은 한때 80명까지 늘어난 적도 있지만, 이후 각국별 모임으로 분산되면서 지금은 동아리 학습활동과 봉사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는 8개국 '열성 회원' 15명만 남았다.

 

황 씨는 "어쩌다 보니 8개 나라를 대표하는 이들이 모인 셈이 됐다"면서 "자연스럽게 회원들 스스로 '민간외교관'이라는 각오를 다지게 됐다"고 밝혔다.

'민간외교관'의 활동은 우선 각 회원 출신국 문화를 알리는 일과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일이다.

 

그 자신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스스로 자신감을 키우려 한다.

 

2008년에는 경기도 다문화가족 한마당 한국어 말하기대회에 나가 공동우수상을 수상하고 상금 100만원을 받았고, 2011년에는 16개 시도에서 선발된 결혼이민자 120명이 참가해 60분간 정보검색과 문서작성 기능을 겨룬 다문화정보화제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올해는 각국 전통춤을 열심히 배우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량을 뽐내다 보니 지역 다문화 행사가 있을 때면 무대에 오르는 기회가 많아졌다.

아름다우 회원들은 전날 대만관광청의 요청으로 이태원에서 열린 지구촌축제에서 대만 전통춤 퍼레이드에 참가했다. 6명이 열심히 연습했는데 한 명이 다쳐 5명이 참가했다.

 

황 씨와 한국의 인연은 1992년 중학교 시절 부모와 함께 한국에 관광여행을 온 때부터 시작됐다.

 

한국에 도착한 다음날 가이드로부터 '한국과 대만이 단교했다'는 소식을 들었던 것이다. 부모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그저 한국을 구경하기 바빴던 그는 여행을 마치고 돌아간 뒤 거세게 일고 있는 '반한 시위'에 놀랐던 기억을 갖고 있다.

그가 다시 한국 땅을 밟은 것은 1997년 연세대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한국어를 1년 정도 배운 뒤 미국 대학에 진학할 생각이었지만, 함께 한국어를 배우던 한인 재외동포 2세들이 한국 대학에서 함께 공부할 것을 권했다. 떨어지면 당초 계획대로 미국에 가겠다는 생각에 그냥 연세대 입학시험을 쳤는데 합격해 중어중문학과 문헌정보학을 전공했다.

 

그는 "결국 친구 따라 강남에 남은 셈"이라며 "대학 4학년 한 학기를 남기고 연세대 대학원에 다니던 남편을 만난 2002년 결혼한 것을 보면 내가 결국 한국에서 살게 될 운명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육사를 졸하고 군 생활을 하다 대학원에 진학한 남편은 2009년 사범시험에 합격했고 지금은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황 씨는 "남편이 변호사가 된 것과 내가 결혼이주여성이라는 사실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어디 가서도 남편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주변에서는 그를 알아보는 이들이 생겨났고 "조금 달라진 시선"을 느낄 때도 있다.

 

아이들 교육 등의 이유로 2011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그에게 공무원이 되거나 정치 활동을 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그는 "혼자서 큰일을 하기보다 동료 결혼이주여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리를 좋아하는 회원들이 함께 식당을 차리고 다른 회원들은 2층에 카페를 열고, 3층과 4층에는 다문화학습 또는 지역민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꿈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kjw@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13 09:2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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