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여자의 불행 뒤에는 늘 그렇듯 나쁜 남자가 있다. 남자는 여자를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간다. 매춘을 강요하고, 포르노를 찍게 한다. 미국판 '나쁜 남자'(2001)라 할까? '러브 레이스'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포르노 스타의 이면을 파헤친 작품이다.
엄격한 가톨릭 전통 속에서 자란 린다(아만다 사이프리드). 엄마(샤론 스톤)의 숨 막히는 통제 속에서 반항만 늘어가던 그녀는 나이트클럽 앞에서 만난 척(피터 사스가드)에게 급격히 빠져든다. 상대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 채 린다는 척과 결혼하고, 척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그녀의 일생은 멍으로 얼룩진다.
'러브레이스'는 왕년의 포르노 스타 린다 러브레이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린다의 자전적 소설 '시련(Ordeal)'을 토대로 했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나쁜 남자와 결혼한 순정한 여인이 어떻게 타락하는지, 또 어떻게 불행 속으로 빠져드는지 영화는 린다의 시점에서 보여준다. "남편 말이면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영혼을 잃어가는 린다의 모습은 꽤 신파적이다. 남자 잘못 만나서 신세 망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영화는 조금 식상하기도 하다.
그러나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열연만은 돋보인다. 소녀 같은 신비한 이미지의 그녀는 꽤 과감한 노출을 선보인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많은 여배우들이 '러브레이스'에 출연하는 걸 두려워했겠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이 역할이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랑과 두려움 속에서 나락으로 빠져드는 린다의 모습을 사이프리드는 온몸으로 열연했다.
1990년대 최고의 섹시스타 샤론 스톤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뇌쇄적인 눈빛으로 다리를 꼬았던 섹시스타도 세월의 흐름을 비켜갈 수 없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자아낸다.
20여 년간 다큐멘터리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선댄스영화제 등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롭 엡스타인과 제프리 프리드먼 감독이 공동연출했다.
10월17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상영시간 92분.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13 11:4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