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연합뉴스) 한무선 기자 = "열정적인 한국 관객을 다시 만나고 한국의 뛰어난 성악가와 함께 오페라를 하러 또 오고 싶습니다"
한국을 찾은 이스라엘 출신의 지휘자 다니엘 오렌(58)은 11일 대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오렌 자신이 예술감독으로 있는 이탈리아 살레르노 베르디극장의 성악가와 스태프들을 데리고 내한, 지난 10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첫 번째 토스카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오렌은 공연에서 몸을 아끼지 않는 특유의 열정적이면서도 섬세한 지휘로 가수와 오케스트라를 이끌어 관객들로부터 큰 환호를 받았다.
성악에 재능이 있었던 그는 13세 때 이스라엘의 방송에 출연하며 레너드 번스타인과 인연을 맺고는 그의 추천으로 유럽으로 건너가 지휘를 배운 뒤 20세의 나이로 카라얀 지휘 콩쿠르에서 대상을 받았다.
베를린 필하모닉을 비롯한 세계 유수 악단을 지휘하고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레오 누치, 미렐라 프레니 등 세계 정상의 성악가들과 협연했으며 베르디와 푸치니 오페라에 탁월한 솜씨를 보이고 있다.
그는 2005년 국립오페라단의 '나부코'를 지휘하러 내한하기로 했다가 건강상 이유로 오지 못했고 올해는 서울에서 '아이다'의 지휘봉을 잡기로 했다가 취소돼 이번이 그에게는 첫 방한이다.
다음은 오렌과의 일문일답.
-- 한국을 처음 방문해 공연을 가진 소감은.
▲ 이곳에 오게 된 게 무척 기쁘고 첫 방문이라 더 의의가 있다. 어제 지휘대에 올랐을 때 관객들의 굉장한 환호에 놀랐고 너무 행복했다. 그런 환호는 난생 처음이었다. 관객들이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귀와 가슴으로 느껴졌고 적절한 대목에서 박수가 울렸다. 특히 젊은 관객이 많다는 건 클래식 음악의 미래에도 의미 있는 일이라 본다.
-- 지휘에 입문하기까지 과정은.
▲ 어머니가 철저히 유대인 교육방식을 가지고 계셨다. 어려서부터 피아노, 작곡, 성악 등 다양하게 음악을 접했고 지휘를 해야 한다는 어머니의 각오와 헌신 때문에 오늘날 지휘봉을 잡게 됐다. 어머니가 유명 지휘자들을 찾아다니며 열성을 보인 끝에 번스타인도 만났고 지휘 공부도 할 수 있었다. 모든 수업과 연주에는 늘 어머니가 있었다.
-- 지휘할 때 뛰어오르고 같이 노래하는 등 지휘 스타일이 독특한데.
▲ 지휘자는 두 종류다. 열정적으로 온몸을 불사르는 스타일과 냉정하게 임하는 스타일. 나로서는 온몸과 온 마음을 바쳐 할 수밖에 없다. 지휘자만이 누리는 음악,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기쁨을 맛보기 위해 지휘자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최상의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몸에서 자연스레 나오는 대로 해야 한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기 싫으면 무대에서 멀리 앉아 달라(웃음).
-- 영향을 준 지휘자나 음악가는.
▲ 번스타인과 카라얀이다. 번스타인은 특히 롤 모델이다. 바그너도 좋고 모차르트도 좋지만 내게 최고는 베르디와 푸치니다. 오페라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게 바로 이탈리아 오페라기 때문이다. 툴리오 세라핀이 없었다면 마리아 칼라스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탈리아 오페라를 더 잘 지휘하기 위해 항상 공부하고 과거 거장들로부터 배우고 있다.
-- 대구국제오페라축제와 추후 교류 계획은.
▲ 한국 관객들을 만나고 한국 음악가들과 작업하러 다시 한국에 오고 싶다. 한국 성악가는 세계 최고다. 오케스트라와 리허설을 해보니 한국의 젊은 단원들도 재능이 있었다. 레오 누치, 르네 플레밍 같은 가수들을 데려와 한국 최고 성악가와 함께 무대에 올리고 싶다. 성악 대가들의 마스터 클래스도 열어보고 싶다. 대가들과 함께 함으로써 한국의 젊은 성악가들이 많이 배우게 될 것이고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11 15:2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