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사회
(부산=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선 작년 탕웨이(湯唯)에 이어 중화권 배우가 개막식 사회를 맡았다. 궈푸청(郭富城.곽부성)이 그 주인공이다.
30년 가까운 연예 경력 동안 그가 사회를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제가 열리기 두 달 전에 제의를 받고, 선뜻 응했다. "새로운 도전"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도전"은 그의 마흔여덟 인생의 키워드다.
궈푸청은 4일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순간순간마다 또 다른 도전을 해서 깨고 나간다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자신을 깨고 도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흥미있을 뿐 아니라 좋은 일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음악을 하든 영화를 하든 그런 자세가 중요합니다."
궈푸청은 1980년대 영화에 출연했으니 30년 가까이 은막과 가요계를 오가며 맹활약했다. 류더화(劉德華)·리밍(黎明)·장쉐여우(張學友)와 함께 회자됐던 '4대천왕'으로서의 인기도 여전하다. 우리나라에선 90년대 공연 등을 이유로 자주 내한하기도 했다.
지칠 때도 됐건만, 그는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걸 좋아한다. 연기에 도전했고, 노래를 했고, 심지어 카레이싱에도 도전했다. 최근에는 시나리오를 쓰면서 연출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시나리오의 제목을 알려달라고 하니 "보안상 아직은 말할 수 없다"며 유쾌히 웃었다.
"10년마다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도전했던 것 같아요. 요즘에는 각색이나 시나리오, 감독에 도전 중입니다. 무대 뒤의 다른 모습을 발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제가 쓰는 시나리오에는 지금껏 제가 연기한 적이 없는 역할을 담았습니다."
궈푸청의 부산행은 '아버지와 아들'(2006)과 '콜드 워'(2012)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사회자로서 발탁된 것에 대해선 "부산영화제가 위험부담을 안고서 결행한 것"이라며 웃었다.
"작년에 부산에 와서 개막식을 봤어요. 탕웨이 씨가 사회를 잘 봤던 것 같아요. 외국인 배우가 사회를 보던데, 내가 하면 어떨지에 대한 생각도 했습니다. 누가 더 잘했느냐고요? 비교하기 어렵죠. 제가 한 걸 보지 못했기 때문에…."
탕웨이와 연기호흡을 맞춰보면 어떨까에 대한 질문에는 "중화권에서 여배우가 부족하기 때문에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부산영화제에 초청된 '침묵의 목격자'에서 검사 역할에 도전했다. 특히 광둥어가 아닌 중국 표준어 푸퉁화(普通話·만다린어)에 도전해야했다. 말할 수는 있지만 모어(母語)가 아니어서 자연스럽지 못했다. 홍콩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중국 영화'에 참여한 그는 "언어와 사법체계가 홍콩과 많이 달랐다는 점에서 내겐 의미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도전하는 마음가짐은 중요한 건 같아요. 늙는 건 신경 쓰지 않습니다. 어차피 인간이라면 늙게 돼 있는데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다만, 나이가 들었을 때 나이에 걸맞은 매력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합니다."
한국 대중문화에 대해 묻자 "최근 10년간 한국 영화의 발전이 빨랐다. 비단 영화뿐 아니라 음악 등 문화 전반에 걸쳐 발전했다"며 "작년 콘서트 때도 한국의 안무가를 초청해서 함께 작업했다"고 했다.
한국 영화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건 지속적으로 나오는 신인 감독과 배우들의 힘 덕택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은 신인 배우와 신인감독을 내려는 결집력이 높다"며 "홍콩은 작다 보니 그런 결집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한국배우나 감독과 꼭 작품을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배우로서 중요한 건 좋은 시나리오와 감독을 만나는 겁니다. 한국은 그런 두 가지를 충족하는 국가예요. 곽재용 감독과 할까요? 성도 같은데"(웃음)
궈푸청은 영화를 한 편 만들어보고 싶지만, 궁극적으로는 배우로 남고 싶어했다.
"앞으로 남은 40-50년 동안 영화는 한 편만 만들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배우를 너무 사랑하기에 훌륭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비단 상을 받는 게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상은 받아보기도 했고, 못받기도 했죠. 중요한 건, 스스로의 연기에 만족하는 겁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04 20:1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