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영화 '그래비티'의 제목은 반어적이다. '중력'을 제목으로 내세운 이 영화는 '무중력'의 끝없는 공포를 그린다.
발을 붙일 곳이 없는 공간, 중력이 없는 그곳에서 끝을 알 수 없는 망망한 공간을 떠돌다 죽게 된다는 사실은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끔찍한 공포다.
대부분의 인간이 평생을 가도 경험하지 못할 공포이긴 하지만, 이 영화는 초현실이나 SF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은 분명히 우주가 더 가까워진 시대인데다 이 영화가 스크린에 그려낸 우주는 현실 그 자체로 느껴질 만큼 생생하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처음으로 우주 비행을 나선 의료 공학 박사 라이언 스톤(샌드라 불럭 분). 그녀의 옆에는 베테랑 우주 비행사인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가 함께하고 있다. 그러나 임무 수행 중 비상 상황이 발생한다.
러시아의 폭파된 인공위성 잔해가 폭풍처럼 몰아치면서 미국 나사의 익스플로러 우주왕복선이 파괴되고 라이언은 망망한 우주로 떨어져 나온다. 다행히 맷이 라이언의 위치를 찾아 데리러 온다. 노련한 맷의 도움으로 다시 왕복선에 돌아오지만, 나사에서 출발한 모든 사람이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나사 본부와 교신이 끊기고 라이언은 우주복의 산소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두 사람은 우주 정거장 소유스로 이동하려 하지만, 또다른 재난이 닥친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이 우주를 헤매는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단순한 이야기에도 엄청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할리우드의 뛰어난 기술력으로 빚어낸 시각 효과와 함께 재난과 모험의 순간을 아찔하게 그려낸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정교한 연출이 빛을 발한다.
제작진은 '카메라를 우주로 들고 가서 찍은 것처럼' 만들자는 목표로 우주 공간을 그렸다고 하는데, 결과는 성공적이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유례없는, 20분간의 롱테이크(길게 찍기) 오프닝 시퀀스는 3D 영상으로 펼쳐지며 관객을 우주 한가운데로 데려다 놓는다. 지구가 보이는 우주 공간으로 시작해 누군가가 나누는 대화 소리가 들리고 천천히 클로즈업으로 인물들이 가까워지는 과정은 관객이 실제로 우주를 유영하며 이들에게 다가가는 것 같은 착각을 일게 한다.
제작진은 또 우주의 무중력 상태를 구현하기 위해 12개의 와이어로 이뤄진 특별 장치를 고안해 배우를 공중에 띄웠으며, 속이 빈 정육면체 세트인 '라이트 박스'에 수천 개의 작은 LED 조명을 설치하는 등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우주선 내부 장면을 찍었다.
이런 현실 같은 영상 덕분에 주인공 라이언이 고난을 뚫고 생의 의지를 되살리며 목숨을 건 모험을 감행하는 과정이 관객의 체험으로 오롯이 전이된다. 클라이맥스의 탈출 장면은 오금을 저리게 한다.
이제는 중년이 된 배우 샌드라 불럭의 노련한 연기도 좋다.
멕시코 출신으로 할리우드에 넘어와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위대한 유산' 등을 만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아들 조나스와 함께 각본을 쓰고 직접 연출과 제작을 맡은 작품이다.
10월 17일 개봉. 상영시간 91분. 12세 이상 관람가.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09 09:0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