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하고 기발한 소재…신인들의 약진 뚜렷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한국영화가 2년 연속 1억 관객을 돌파한 데에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이 아니면서 절대강자로 떠오른 뉴(NEW) 등 신진 세력이 시장을 이끌면서 한국영화 전성시대를 새롭게 열고 있다.
◇ 글로벌 프로젝트부터 신파까지 = 450억 원이 든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돈을 쓴 만큼 수익을 남기며 효자 노릇을 했다. 국내에서 933만 명을 모으며 1천만 영화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다.
특히 철학적이면서도 사회적 문제의식을 담은 꽤 어려운 영화였음에도 관객들의 발길을 극장으로 모으는 저력을 발휘했다. 송강호부터 크리스 에번스까지 토종과 글로벌 스타를 아우르는 캐스팅도 흥행에 한몫했다.
역시 송강호와 라이징스타 이종석이 열연한 '관상'도 약진했다. 100억대의 제작비가 들었지만 85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모아 61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가장 큰 대박은 '7번방의 선물'이 터뜨렸다. 총제작비 61억 원으로 무려 15배에 이르는 914억 원을 벌어들이는 최고의 수익률을 올렸다.
각종 흥행기록도 깼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김수현 효과에 힘입어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가운데 최고 흥행 성적(695만 명)을 거뒀고, '숨바꼭질'은 560만 명을 모아 '살인의 추억'(525만 명)이 가진 스릴러 흥행기록을 깼다.
맥스무비에서 최근 1년간 한국 영화를 예매한 관객 1만4천7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5%가 참신하고 기발한 소재의 등장을 한국영화 흥행의 원동력을 꼽았다. 믿고 볼 수 있는 배우들의 증가(20%)와 배우들의 홍보활동(10%) 등 배우들의 기여도도 높았다.
첫 데뷔작으로 홈런을 터뜨린 김병우 감독의 '더 테러 라이브' |
◇ 신인의 약진 =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궈푸청(郭富城.곽부성)은 한국영화의 힘으로 "신인 감독과 신인배우를 내려는 결집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궈푸청의 말처럼 올해 한국영화에는 기대 이상의 신인들이 나오면서 극장가에 불어닥친 한국영화 돌풍에 한몫했다.
홍콩영화를 리메이크한 '감시자들'은 남녀 주인공 간에 로맨스 하나 없이 건조하게 경찰과 범인의 대결에 집중하며 550만 명을 모았다. 촬영감독 출신의 김병서 감독과 연출 경험이 있는 조의석 감독의 협업으로 이 같은 성과를 이뤄냈다.
'숨바꼭질'을 연출한 허정 감독은 상업 영화 데뷔작에서 홈런을 쳤다. 현실에 존재하는 괴담과 내 집 마련의 어려움이나 불안한 치안 등 사회적 이슈를 필름 속에 녹인 게 주효했다.
김병우 감독의 데뷔작 '더 테러 라이브'는 방송국 스튜디오를 벗어나진 않지만, 긴장감의 파고는 대단히 높다. 순제작비 35억 원에 약 550만 명의 관객이 들었다.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소외된 사람들의 외침 등 정치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아 시선을 끌었다.
신인 배우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영화로는 신인이라 할 수 있는 김수현은 브라운관 파워에 힘입어 영화에서도 695만 명(은밀하게 위대하게)을 동원했고, 이종석도 선배 연기자들과 함께한 '관상'으로 새롭게 주목받았다.
한국영화 파란의 주역 투자배급사 '뉴'의 작품들 |
◇ 파란의 주역 '뉴' = 뉴는 8월까지 14편을 상영해 21.6%의 점유율을 보였다. CJ E&M(23.7%)에 이어 2위의 성적이지만 편당 평균 매출액은 163억 원으로, 76억 원에 그친 CJ의 2배가 넘는 매출을 올려 장사를 제일 잘했다.
'7번방의 선물' '감시자들' '숨바꼭질' '신세계' 등 400만 명을 넘긴 히트작들을 전부 양산했다. 전체 직원들이 모여서 빠르게 의사 결정을 내리는 회사의 독특한 문화가 한몫했다는 평가다.
단순히 규모를 늘리는 데 치중한 게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하고, 다양한 의견이 소통할 수 있도록 '귀'를 열어 놓음으로써 영화계 공룡인 대기업들을 잇달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05 06:3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