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원'에서 미희 역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30대 중반의 여배우 엄지원은 바쁘다. 상반기 히트한 영화 '박수건달'에 출연했다가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에 얼굴을 내밀더니 '소원'으로 다시 영화계로 돌아왔다. 영화 홍보가 끝나면 곧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 촬영에 들어간다.
제2의 전성기가 온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제1의 전성기가 있기나 했느냐"며 너스레를 떤다. 영화 '소원'의 개봉(9일)을 앞두고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 자리에서다.
"울림이 있는 대본이었어요. 하지만,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일단 몸담기가 싫었습니다."
2년 전 '소원'의 시나리오가 처음 그의 앞에 왔을 때, 엄지원은 고사했다.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지닌 그이건만 '소원'의 미희 역은 그녀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럴 만했다. 영화는 조두순 사건 등 실화를 모티브로, 아동 성폭행을 소재로 했다.
끔찍한 사건을 겪는 소원의 엄마 미희 역이다. 아직 미혼인 그로서는 깊은 상처를 지닌 채 살아가는 소원 엄마 역을 맡기에는 역부족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이준익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면서 "사람 냄새 나는 시나리오"로 대본이 바뀌었다. 평소 친한 "(송)윤아 언니의 남편 설경구 오빠"도 출연하게 됐다. "수위가 높은 이야기지만 결국에는 따뜻한 마음이 일어나는 영화"여서 출연하기로 결심했다.
"순박하고 무뚝뚝한 경상도 여자예요. 그냥 아줌마죠. 그런 아줌마가 어떤 톤으로 말하고, 어떻게 걸었을까…뭐, 그런 디테일을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연기자로서의 미희가 아니라 '그냥 미희가 되자'고 결심했죠.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부족할지 모르지만, 진심을 다해서 미희가 되자며 각오를 다졌습니다."
성폭행당한 아이의 엄마이자 억척 어멈. 30대 중반의 여배우로서 흔쾌히 맡을 만한 배역은 아니었다. 하지만, 진실성있는 작품이라면 의미 있는 도전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주변에서 만류한 '박수건달'도 같은 이유로 선택했다.
"무당 역도 나름대로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정말 두서없는 성격의 역할이었죠. 나름대로 스펙트럼을 넓히려고 노력해 왔는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출연을 결심했습니다. 이번에 미희 역도 마찬가지였고요."
2000년 '찍히면 죽는다'로 영화에 데뷔한 그는 '똥개'(2003)나 '불량남녀'(2010) 같은 상업영화뿐 아니라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2008) 같은 예술영화에도 출연하며 배우 경력을 단단히 쌓았다.
하지만, 연기를 하면 할수록 부족함과 허기를 많이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연기를 하면서 겪게 되는 "열등감, 부족함, 두려움" 같은 감정의 편린들이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더욱 연기 쪽으로 깊숙이 끌어당긴다.
"많이 부족해요. 열등감, 두려움, 그런 것도 많고요. 한때 연기가 너무 힘들어서 하기 싫은 적도 많았어요. 하지만,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 꿈은 여전히 남아있어요. '저 배우가 연기하면 볼만한 영화일 거야'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아직은 그런 꿈을 꾸고 있습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03 07: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