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주말극 '왕가네 식구들' 기자간담회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제가 왜 (엄마한테서) 차별을 당하고 있는지 아직 이유를 모르겠어요. 뭔가가 있을 것 같은데, 작가님도 얘길 안 해주시고, 모르고 (연기를) 하려니까 답답한 부분도 있습니다."
KBS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서 둘째 딸 '호박'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 이태란은 2일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고충을 털어놨다.
10회까지 방송된 이 드라마에서 엄마 '앙금'(김해숙 분)은 큰딸 '수박'(오현경)과 둘째 딸 '호박'을 심하게 차별한다. 큰딸이 부자 남편을 만나 엄마에게 용돈을 많이 주는 반면, 둘째 딸은 능력 없고 철없는 남편을 만나 집에 도움을 안 준다는 이유다. 하지만 그 정도가 너무 심해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는 상황.
이에 관해 배우들은 다른 이유가 더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아직은 그 이유를 몰라 답답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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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가네 식구들'서 '호박' 열연 이태란
- (서울=연합뉴스) KBS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 출연 배우들이 2일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은 둘째 딸 '호박'을 열연하고 있는 이태란. 2013.10.2. <<문화부 기사 참조. KBS 제공>> mina@yna.co.kr
"저도 집에서는 귀한 딸이고 엄마한테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사람인데, 이 역할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매회 울어야 하고요. (극중) 엄마랑 휴전 상태인데, 이제 좀 그만 울었으면 좋겠어요(웃음)."
그러면서 이태란은 "그런데 마침 남편 '허세달'(오만석)이 사고를 치려고 준비 중이셔서 그것 때문에 더 속상해하지 않을까 싶네요."
엄마가 편애하는 큰딸 수박 역의 오현경 역시 연기가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런 상황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어서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수박이의 과거나 엄마가 호박이한테 왜 그러는지 (대본에) 안 나와서 우리도 갑갑해요. 하지만 현실에서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제 주위에서도 보면 첫째 딸에 비해 둘째 딸이 갖는 서러움이 있고, 받아들이는 딸 입장에서는 더 크게 받아들이더라고요. 제 여동생도 둘째가 갖는 상실감이 커서 (드라마에) 공감한다고 하더라고요."
오현경이 더 연기하기 어려운 부분은 철저히 자기밖에 모르는 수박의 이기적인 캐릭터라고 했다. 수박은 남편 사업이 쫄딱 망했는데도 정신을 못 차리고 예전같이 사치스러운 생활을 이어가려는 어이없는 행동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렇게 강한 역은 처음 맡아봐서 많이 힘들기도 해요. 소리를 막 지르고 감정 끝선까지 가야 하고 자기만 생각하는 정말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많이 예민해지고 있어요. 진짜 수박이가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 더 철없고 이기적인 수박이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욕을 더 많이 먹을 거고요(웃음)."
하지만 그는 수박이가 일면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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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가네 식구들'서 '수박' 열연 오현경
- (서울=연합뉴스) KBS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 출연 배우들이 2일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은 큰 딸 '수박' 역의 오현경. 2013.10.2. <<문화부 기사 참조. KBS 제공>> mina@yna.co.kr
"저 개인으로서는 수박이의 모습을 받아들일 수 없지만 주위에서 그런 사람을 본 적은 있어요. 한편으로 생각하면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 힘든 일을 극복하지 못하다 보면 상대방을 더 힘들게 하더라고요. 현실은 더 가혹하고, 그런 비슷한 일을 겪은 여자들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얘기인 것 같아요. 에피소드로 더 과하게 보이는 부분이 있지만, 수박에게는 좋은 가족들이 있기 때문에 변하는 모습이 보여지리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수박이의 철없는 모습에 흠뻑 빠져보려고요."
수박이의 남편으로 사업이 망한데다 속썩이는 아내와 함께 처가살이를 들어간 '고민중' 역의 조성하도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캐릭터를 맡았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 연쇄 살인범이라든지, 남 울리는 연기만 많이 해서 제가 많이 우는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주먹밥 먹으면서 우는 장면 찍을 때는 눈물이 잘 안 나와서 제 가슴을 막 때리면서 감정을 끌어올렸어요. 다행히 첫 테이크에 끝나긴 했는데, 집에 와서 보니까 피멍이 들었더라고요. 감정 신을 하려면 몸을 괴롭혀야겠구나 생각했죠(웃음). 앞으로 감정 신이 계속 나올 것 같은데, 어떻게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할지 고심 중입니다."
그는 또 택배 사업을 시작한 고민중이 직접 짐을 들고 뛰는 연기를 하다 보니 살이 많이 빠졌다고 전했다.
"2회부터 (사업이) 망해서 경사 5-60도의 산동네로 짐을 들고 뛰는 연기를 했죠. 전작 '구가의 서' 끝날 때는 86㎏이 넘었는데, 이번 캐릭터를 보고 살을 빼기 시작해서 3-4회 찍을 때는 9-10㎏ 뺐어요. 집에 오면 한 시간 반씩 운동장을 뛰었죠. 그러다 처음 산동네 장면 찍을 때 분량이 많이 몰렸는데, 쌀자루를 메고 개한테 쫓기고 하면서 뛰다 보니 체중이 70㎏ 정도로 줄었어요. 근 10년간 78-80㎏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왕가네 식구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들의 기행이 난무하고 있음에도 10회 만에 시청률 30%의 벽을 넘어서며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드라마를 지휘하는 문보현 CP는 "시청률은 배우들과 작가, 제작진이 모두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10회까지는 불을 좀 지피는 단계라고 볼 수 있는데, 이제 사위들이 처가살이하면서 국면이 전환되고 애초 기획했던 의도대로 본격적인 얘기들을 펼쳐나갈 계획이다"라며 "더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02 14:4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