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쇼를 사랑한 남자'(원제 Behind the Candelabra)는 매우 고전적인 방식으로 사랑이야기를 풀어낸 작품이다. 사랑도 있고, 배신과 아픔도 있다. 쇼 비즈니스를 둘러싼 성공과 몰락의 희비 쌍곡선도 존재한다.
이제는 거장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어떤 편법도 쓰지 않고 우직하게 드라마를 이끌고 간다. 그러나 반전도 없이 예상대로 흘러가는 이 평범한 드라마는 결국 마음을 휘젓고야 만다.
화려한 무대 매너와 현란한 쇼맨십으로 40여 년간 연예계에서 군림한 리버라치(마이클 더글러스).
욕심내는 건 뭐든 손에 넣었던 그는 매력적인 청년 스콧 토슨(맷 데이먼)을 유혹하는 데 성공한다. 값비싼 장신구와 집까지 선물하며 토슨의 육체는 물론 마음마저 훔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토슨이 귀찮아지기 시작한 리버라치는 새로운 남자에게 눈독을 들이고, 토슨은 질투에 눈이 멀기 시작한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들어오는 건 주인공들의 정교한 연기다. 더글러스와 데이먼은 사랑과 이별의 이중주를 놀랍도록 섬세한 활로 켜내며 그들의 인장을 영화 속에 새겨넣는다. 특히 리버라치를 연기한 마이클 더글러스가 눈부시다. 욕망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리버라치의 모습을 괴기스러울 만큼 섬뜩하게 그려냈다.
리버라치의 기행과 어투가 소소한 웃음을 주고, 사랑을 잃지 않기 위해 발악하는 맷 데이먼의 행동은 짠한 감정을 전한다. 달이 차면 기울 듯, 도둑처럼 왔다가 쓸쓸히 떠나가는 사랑의 궤적도 마음을 움직일 만하다. 무대의 화려함과 그 뒤의 허망함은 쓸쓸함을 자아낸다.
'스팅'(1973), '코러스라인'(1985)으로 유명한 영화 음악가 마빈 햄리시가 만들어 낸 음악은 소더버그가 한땀 한땀 정성 들여 연출한 장면과 어우러지며 영화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으며 에미상에서 작품상, 연출상, 남우주연상 등 3개 부문을 석권했다. 소더버그 감독은 이 영화를 끝으로 당분간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10월9일 개봉. 상영시간 118분. 청소년관람불가.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02 15:4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