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문자인식 방해 목적 폰트 'ZXX' 개발…"군복무 경험이 영향"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한국 디자이너가 미국 정부의 인터넷 감시를 따돌릴 수 있다는 알파벳 글자체(폰트)를 선보여 미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민간인 디지털 감시체제가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폰트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미국 CNN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그래픽 디자이너 문상현(26)씨가 기계가 자동인식할 수 없는 폰트인 'ZXX'를 만들어 인터넷에 무상 배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씨는 작년 미국의 예술·디자인 대학인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RISD)을 졸업하면서 학위 작품으로 이 폰트를 개발했다.
ZXX 폰트는 모두 4종으로 기존 알파벳에 위장색 무늬나 작은 점 등을 뿌려 놓은 것이 특징이다.
사람은 이런 폰트를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지만 첩보 당국이 웹문서 분석 때 쓰는 문자인식기는 글 내용을 파악할 수 없어 무차별 정보수집을 막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안 전문가들은 ZXX 폰트가 고급 암호체계처럼 효과적인 사생활 보호장치가 되기에는 완성도가 부족하다고 평했다. 정부의 인터넷 검열에 반대하는 상징적 '퍼포먼스'에 가깝다는 것이다.
존스홉킨스대의 매튜 그린 연구교수(컴퓨터과학)는 "이 폰트는 랜덤(무작위) 생성이 아니기 때문에 A를 치면 매번 같은 모양이 나온다"면서 "문자인식기가 이처럼 우습게 생긴 알파벳을 감지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CNN에 설명했다.
문씨는 "ZXX 폰트는 디자인을 통해 시민행동을 촉구하는 취지"라면서 "사생활 보호와 관련해 법제 개혁 등의 논의를 촉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씨는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군 복무 시절 관련 업무를 맡았는데 당시에는 국가안보나 국방에 관련된 표적만 정보를 수집했지 (현재 폭로내용처럼) 민간인 감시를 하지 않았다"며 "이런 경험이 작업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폰트 개발은 에드워드 스노든의 NSA 감시망 폭로가 나오기 전인 작년 5월에 끝마쳤는데 당시에도 미국에서는 민간인 감시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 있었다. 올해 6월 스노든의 폭로가 나오면서 쟁점이 명확해진 셈"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01 12:1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