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2002년 '뷰티풀 마인드'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론 하워드 감독이 신작 '러시: 더 라이벌'을 내놨다.
F1 레이싱 역사에 남은 두 인물의 승부를 스크린에 옮긴 이 영화는 승부 그 자체만큼이나 뜨거운 기운을 내뿜는다. '다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 '신데렐라 맨' '아폴로 13' '분노의 역류' 등 상업영화를 매끈하게 만들어온 감독답게 이번 영화 역시 스포츠 그 이상의 탄탄한 드라마를 보여준다.
이 영화는 1976년 F1 그랑프리 시즌을 배경으로 레이싱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니키 라우다와 그의 최대 라이벌이었던 제임스 헌트의 엎치락뒤치락하는 승부를 그렸다.
니키 라우다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영국의 유명 각본가 피터 모건이 니키 라우다와 만나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영국 출신인 제임스 헌트(크리스 헴스워스 분)는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저돌적인 성격의 레이서다. 성격이 제멋대로이고 자기 관리도 엉망이지만, 실력 하나만은 모두가 인정한다. 오스트리아 출신인 니키 라우다는 정반대다. 완벽주의 노력파에 철두철미한 자기 관리로 실력을 점점 향상시킨다.
F3 시절 처음 만나 서로를 알아본 헌트와 라우다는 상대를 깎아내리며 으르렁거린다. 부유한 집안의 밑천으로 대출을 받아 F1 자동차를 마련한 라우다는 헌트보다 한 걸음 앞서나간다. 뛰어난 튜닝 실력을 인정받아 꿈의 팀인 페라리에 입성하고 잇따라 우승을 거듭하며 챔피언 자리에 오른다.
반면, 스폰서를 구하지 못한 헌트는 라우다의 성공을 보며 괴로워한다. 우여곡절 끝에 라우다의 대항마로 맥라렌 팀에 들어가게 되면서 본격 실력을 발휘한다. 1976년 시즌이 시작되고 처음엔 라우다가 우세하지만, 헌트가 점점 독을 품으면서 라우다를 따라잡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악천후 속에 경기를 강행하던 중 라우다가 큰 부상을 한다. 하지만, 생명이 위독한 순간에도 라우다는 헌트가 우승하는 경기를 지켜보며 삶의 의지를 불태운다. 그리고 몇 개월 만에 복귀한 라우다는 재기에 성공하고 헌트와 자존심이 걸고 마지막 승부를 벌인다.
영화는 초반에 두 사람이 레이싱계에 발을 들이고 운명적으로 만나 라이벌이 되는 과정을 그리며 무난하게 이야기를 펼친다. 시속 270㎞로 달리는 F1 레이싱의 속도감을 간접 체험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영화가 더욱 힘을 뿜어내는 것은 후반부다.
라우다가 부상을 극복하고 헌트의 앞에 다시 서기까지 보여주는 집념, 그에게 미안함을 느끼면서도 승리를 위해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헌트의 근성. 두 사람이 펼치는 뜨거운 드라마가 관객을 빨아들인다.
죽음을 늘 가까이하는 사람들, 매번 경기에서 20%의 죽을 확률을 안고 운전석에 오르는 레이서들의 불꽃 같은 삶은 인간이 무엇으로 사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곱씹어보게 한다.
이들은 말한다.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우린 살아있음을 느낀다."
어른들이 즐길 만한 완성도 높은 오락영화다.
10월 9일 개봉. 상영시간 122분. 청소년관람불가.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01 13:5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