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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엽 팬택 부회장 <<연합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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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우 대표 "국내사업 라인업 축소...해외사업 점진적 축소"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국내 3대 스마트폰 제조사 팬택의 박병엽 부회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박 부회장은 국내외 스마트폰 시장에서 팬택의 실적이 좋지 못한데 책임을 지고 24일 오후 은행 채권단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팬택 관계자가 전했다.
박 부회장은 사의표명후 사내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발표한 담화문에서 "역량 없는 경영으로 여러분 모두에게 깊은 상처와 아픔만을 드린 것 같다"며 "깊은 자괴와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부디 이준우 대표를 중심으로 빠른 시장 변화에 대응해 새로운 팬택으로 거듭나게 해줄 것을 당부한다"며 "번거롭지 않게 조용히 떠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이 사퇴를 결심한 것은 최근 스마트폰 판매 실적이 좋지 않은 것과 관련해 채권단 등에 책임감을 느꼈고, 워크아웃 당시부터 지금까지 쉬지 못하고 업무를 계속한데 따라 건강상 문제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팬택은 박 부회장의 사퇴 이후 공동대표인 이준우 부사장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 등 고강도 사업구조 혁신을 시도할 계획이다.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인력 일부를 줄일 것으로 보인다.
이준우 부사장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국내 사업의 경우, 라인업을 축소하고 제품의 경쟁력을 높여 안정적인 수량을 확보해 수익구조를 개선코자 한다"면서 "해외 사업의 경우 구글과 모토롤라, MS와 노키아, 애플 및 삼성으로의 시장 집중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기에 당분간 해외 사업은 점진적으로 축소해 고착화된 적자 구조 탈피에 주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향후 팬택의 인력 감축은 구조조정 방식이 아니라 직원들로부터 6개월 무급 휴직 신청을 받아 시행하게 된다. 무급 휴직 규모는 800여명으로 팬택 전체 인력의 ⅓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어 6개월 뒤에는 다시 다른 ⅓이 휴직을 하는 방식으로 회사가 정상화할 때까지 무급휴직은 계속 순환하게 된다.
무급 휴직을 통한 직원들의 고통 분담도 박 부회장이 사퇴를 결심하는 이유가 됐다는게 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팬택은 당분간 해외 사업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면서 대신 국내시장에 집중도를 높여 현재 15만대인 월간 판매량을 20만대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목표로 제시할 방침이다. 과거의 35만대 수준보다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일단 현재 상황을 타개하는 것으로 1차 목표를 삼겠다는 것이다. 또 팬택 제품의 사후지원도 오히려 강화해 브랜드 가치를 장기적으로 키우는 것에 집중할 계획이다.
팬택이 이 같은 사업구조 혁신을 진행하는 것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삼성전자[005930]와 애플이 양분하고 있는데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도 노키아를 인수하는 등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이 제조업을 끌어안은 상황이 위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편 박 부회장은 현재 보유한 팬택 지분이 없기 때문에 부회장직을 사퇴하면 공식적으로 팬택과의 끈은 끊어진다.
다만 과거 '삐삐(무선호출기)' 시절부터 쌓아온 '팬택=박병엽'이라는 이미지와 그간 박 부회장이 팬택에 심어놓은 '박병엽식'의 경영방식이 당분간 남아있게 될 전망이다.
박 부회장은 지난 3월부터는 회사를 이준우 부사장과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하고 자신은 외부 투자유치에 전력해왔다. 또 지난 5월에는 경쟁사인 삼성전자로부터 53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박 부회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사의 표명도 일종의 '승부수'가 아니냐는 관측도 업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박 부회장은 지난 2011년 말 회사의 워크아웃 졸업을 앞두고 사의표명을 했다가 약 1주일만에 경영에 복귀한 바 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9/24 19:3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