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하러 온 고객에게 보험·펀드 파는 건 몹쓸짓"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김승욱 기자 = 취임 두 달을 맞은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2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 안목으로 은행을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 행장은 "최고경영자(CEO)가 단기적인 욕심을 부리면 성과는 나오지만, 은행은 망가진다. 국민은행은 실제 그런 경험을 여러 번 했다고 생각한다"며 과거 경영진의 잘못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다음은 이 행장과의 일문일답.
--직원 생산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는데.
▲은행권 수익성이 낮아지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국민은행 혼자 돌려놓을 수는 없다. 국민은행의 지점과 직원이 많다는데, 국민은행의 리테일(retail·소매) 비중이 크기 때문에 당연하다. 1인당 생산성 지표도 리테일 비중이 큰 은행이 홀세일(wholesale·도매) 비중이 큰 곳보다 낮은 게 당연하다. 국민은행이 다른 은행과 같은 수준으로 가겠다는 비현실적인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조금씩 개선하겠다.
--어떻게 개선할 생각인가.
▲은행의 마진이 전반적으로 축소되는 것은 달리 방법이 없다. 개별 은행이 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 경쟁 때문에 수익성을 해치는 일은 안 하고 싶다. 둘째, 여신 측면에서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신용위험 비용이 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
--판매관리비를 줄여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이미 낭비적 요인이 거의 없을 만큼 최소화했다. 인건비 줄이라는 것은 사람을 내보내라는 소리밖에 안 된다. 사람 내보내 봤지만 그걸로 수익성 개선은 안된다. (인력 감축은) 은행의 가장 기본적인 경쟁력 원천을 손상하면서 수익부터 올리라는 말밖에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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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임 2개월 맞은 이건호 국민은행장
-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취임 2개월을 맞은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23일 여의도 본점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임직원 성과보상의 핵심 요소인 '성과평가지표(KPI·Key Performance Index)' 시스템 개편과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행장은 "직원들이 고객 만족을 위해 노력하고 움직이게끔 KPI를 설계해야 한다"며 "현재 KPI를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3.9.23 utzza@yna.co.kr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의 관계는.
▲관계 참 좋다. (웃음) 회장이 전체적인 방향과 원칙을 잡으면 은행장은 회장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고 실행하는 책임을 진다.
--지점·인력의 효율성이 이미 극대화됐다는 뜻인가.
▲그것과는 다르다. 그런 측면(지점·인력)의 비효율을 덜어내 수익성을 올릴만한 소지가 많지 않다는 얘기다. 그 방면의 비효율을 덜어내는 게 굉장히 무리한 과정이어서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취임 후 직원들에게 '위대한 은행', '스토리가 있는 금융'을 강조했는데.
▲위대한 국민은행은 우리가 지향하는 비전이다. '굿 투 그레이트'(Good to Great)'라는 책을 보면 위대한 기업은 다른 기업보다 현저하게 높은 수익률을 상당기간 지속하는 기업이라고 나온다. 위대한 기업 중 위대해지는 것을 목표로 삼은 기업은 없다. 주어진 여건에서 노력한 결과 위대해진 것이다. 우리도 원칙에 충실하면서 차근차근 가치를 높여나가는 게 중요하다. 그 방법으로 제시한 게 '스토리가 있는 금융'이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과 왜 거래를 하는지 직원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스토리가 있는 은행을 만들고 싶다. 1원의 수익과 10원의 수익이 나는 상품 중 하나를 고객에게 팔아야 한다고 가정하자. 고객이 원하지 않는데도 내 몫이 많다는 이유로 10원 수익이 나는 상품을 팔면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스토리가 아니다.
--그러려면 성과평가지표(KPI)를 바꿔야 할 텐데.
▲직원들이 고객 만족을 위해 노력하고 움직이게끔 KPI를 설계해야 한다. 직원들이 '내가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도움이 될까'라는 시각에서 일했을 때 그걸 제대로 보상할 수 있는 평가시스템을 만들려고 고심하고 있다. 현재 KPI를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내년에는 그런 식의 시스템으로 할 생각이다. 그렇게 하면 민원도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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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임 2개월 맞은 이건호 국민은행장
-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취임 2개월을 맞은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23일 여의도 본점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임직원 성과보상의 핵심 요소인 '성과평가지표(KPI·Key Performance Index)' 시스템 개편과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행장은 "직원들이 고객 만족을 위해 노력하고 움직이게끔 KPI를 설계해야 한다"며 "현재 KPI를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3.9.23 utzza@yna.co.kr
--은행으로서는 돈 많이 벌어오는 직원이 최고 아닌가.
▲내가 굉장히 강조하는 게 예금하러 온 사람에게 보험, 펀드를 파는 건 은행이 할 짓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금 대신 보험, 펀드를 팔려면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보험, 펀드가 예금보다 그 고객에게 더 나아야 한다. 예금 팔았을 때 1원 남는데 보험은 3원 남는다고 보험을 팔아서는 안 된다. 경영진이 수수료를 더 벌어오라고 하면 은행원은 그런 유혹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도록 KPI를 만들겠다.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는 국민은행의 골칫덩이인가.
▲1조원 가까이 투자해 90% 정도를 손해 봤으니 골칫덩이가 아니냐는 것인데, 그렇게 보면 맞다. 하지만 내가 은행 경영을 물려받은 시점은 이미 90% 손실이 난 뒤다. 지금 상태보다 좋아질 수 있게 만들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지금 들여다보면서 전략을 짜고 있으니 챌린지(challenge·도전)는 맞지만, 골칫덩이는 아니다.
--해외 진출 전략은.
▲큰 그림을 그리려고 한다. BCC를 제외하면 국민은행의 해외 네트워크가 은행권에서 약한 편이다. 중국, 일본 등 큰 시장에서의 영업전략을 정하고 동남아 국가에 진출할 기회를 찾아야 한다. 그게 단기적인 과제다. 중장기적으로는 BCC가 정상화된다는 전제하에 동유럽, 구(舊)소련 국가 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 기회가 있으면 현지 은행 인수도 검토한다.
--임기 중 경영 방침은.
▲10년을 바라보고 내가 그 중 3년을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10년 계획이 명확히 서야 내가 3년 동안 해야 하는 일이 나온다. 모든 의사 결정을 할 때 10년 뒤를 본다. 최고경영자(CEO)가 단기적인 욕심을 부리면 성과는 나오지만, 은행은 망가진다. 국민은행은 실제 그런 경험을 여러 번 했다고 생각한다.
--'금융연구원 모피아'라는 얘기도 있다.
▲얘기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스토리 만드느라 억지로 하는 소리다. 나는 연구원, 은행, 학교 등 경력이 다채롭다. 그동안 내가 알게 된 사람이 얼마나 많겠나. 그걸 다 훑어서 '커넥션(connection·연관성)'을 따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심지어 내 부친 실명까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연관지어) 거론됐다. 내가 불쾌한 게 아니라 집안 어른께 민망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9/23 06:0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