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 내한공연 여는 카운터테너 안드레아스 숄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공연을 보고 관객들이 성악가의 음색만을 기억한다면, 효과적인 공연이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건 목소리의 매력을 통해 음악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죠."
우아한 미성으로 오랫동안 정상급 카운터테너의 자리를 지켜온 안드레아스 숄(46)이 오는 2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카운터테너는 훈련을 통해 남성 최고 음역인 테너를 넘어 여성의 음역대에 해당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남성 성악가를 일컫는다.
흔히 영화 '파리넬리'에 등장하는 여성음역을 가진 남성가수 카스트라토와 비교된다. 카스트라토가 물리적 거세를 통해 인위적으로 고음의 목소리를 유지했다면, 카운터테너는 훈련을 통해 여성의 음역을 소화한다는 점이 큰 차이다.
최근 이메일로 만난 안드레아스 숄은 카운터테너의 매력에 대해 "세밀한 목소리로 음악을 색칠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물론 카운터테너의 목소리는 테너나 바리톤의 목소리보다 힘이 약합니다. 헬덴 테너(영웅 역할을 맡는 테너)가 카운터테너보다 큰 목소리로 노래하는 것은 당연해요. 하지만 음악적 표현은 데시벨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독일 비스바덴에서 태어난 숄은 7세 때부터 소년합창단에서 노래하며 자연스럽게 성악가의 길을 걷게 됐다.
변성기를 거친 뒤 고음악전문아카데미인 바젤음악원의 스콜라칸토룸에서 당시 최고의 카운터테너인 르네 야콥스와 리처드 레빗의 지도를 받았다.
1993년 르네 야콥스의 대타로 무대에 올랐다가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우아한 미성과 주옥같은 음반으로 정상급 카운터테너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주특기는 르네상스·바로크 시대의 작품이지만, 그의 관심은 종교음악부터 오페라, 민요, 자작곡, 대중음악에 이르기까지 실로 광범위하다.
"카운터테너가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많지 않다는 것은 오해입니다. 지금까지 존재하는 오페라의 80%가 바로크와 그 이전 시대에 만들어진 작품들이죠. 자주 공연되지 않기 때문에 제가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부분도 많습니다. 300년간 불리지 않았던 노래를 찾아내 알려지게 하는 것은 음악가로서 큰 기쁨입니다. 또 팝 음악 등 다른 음악 장르를 넘나드는 아이디어도 좋아합니다. 물론 그 음악이 가진 아름다움과 본질을 파괴하지 않는 크로스오버여야 하죠."
2010년 공연 이후 3년 만에 오르는 한국 무대에서는 하이든, 슈베르트, 브람스, 모차르트의 유명 가곡들을 선보인다.
주로 테너나 바리톤이 부르는 곡들이지만, 숄은 이 가곡들을 부르는 데 중요한 것은 목소리 톤이 아니라 그것이 음악과 얼마나 어울리느냐는 것이라고 말한다.
"많은 작품이 '바리톤이 불러야 한다', '테너가 불러야 한다'는 식의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음악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한다면, 또 그 음악의 특성이 목소리를 통해 잘 전달될 수 있다면 목소리의 성향으로 제약이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에서는 그의 저음을 감상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는 혼자서도 이중창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장점을 활용해 공포에 떠는 소녀는 카운터테너의 음성으로, 근엄하면서도 위로하는 죽음의 대화는 바리톤으로 노래할 예정이다.
"'죽음'과 '소녀'라는 두 개의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제가 가진 두 음역을 사용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가장 바라는 것은 관객들이 제 노래를 들으며 가수에 대해서는 잊고, 노래의 이야기에만 집중하는 것입니다."
5만-9만원. ☎02-541-3183.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9/10 08:5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