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광수·김승환 커플 결혼식에 시민·하객 1천여명 몰려
50대 남성 오물 뿌리며 "동성애는 죄악"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이제는 당당하게 말할래요. 결혼해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영화감독이자 제작자인 김조광수(48)씨와 레인보우팩토리 김승환(29)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청계천 광통교에 설치된 임시무대에서 국내 최초로 첫 동성(同性) 공개 결혼식을 올렸다.
이날 오전부터 결혼식을 축하하는 콘서트 무대가 차려진 광통교 주변에는 '지지합니다. 성소수자의 다양한 권리를 위해'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렸고 시민과 하객 등 1천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이들 커플은 검은 예복을 입고 오후 5시부터 시민들과 포토타임을 가지며 시종일관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은 오후 7시부터 진행된 본식에서 각각 회색과 파란색 트렌치 코트를 입고 무대에 올라 가수 김지애의 '몰래한 사랑'을 각색해 불러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하게 된 심정을 토로했다.
김 감독은 "열 다섯살 때 게이란 걸 처음 알았는데 주님께 고쳐달라고 매일 빌었고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말 한번 붙이지 못했다"며 "그러나 언젠가는 당당하게 사랑을 하고 싶었고 9년 전 그 사람을 만났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9살 나이 차이는 중요하지 않아요. 둘이만 있어도 행복해요"라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해준 것은 바로 그 사람이다"라고 화답했다.
이들은 "이제는 세상이 변했어요. 행복하게 당당하게 잘 살께요"라며 결혼 서약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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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부부에요"
-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국내 최초 동성 결혼식을 올리게 될 김조광수 감독과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청계천 광통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3.9.7 ksujin@yna.co.kr
김 감독은 김 대표가 부케를 던지는 마지막 순서에 앞서 "저희는 법이 인정을 하든 인정을 하진 않든 오늘부터 부부"라며 "축복 속에 결혼식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돼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결혼식 사회는 김 감독과 친분이 깊은 영화감독 변영주, 김태용, 이해영씨가 공동으로 맡았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민주당 진선미 의원, 방송인 하리수·미키정 부부 등이 하객으로 참석했다.
두 사람은 축의금으로 성소수자 인권센터와 인권재단을 설립할 계획이다.
백 소장은 "이 잔치는 두 사람이 만나 아들·딸 낳자는 게 아니라 예술을 창조한다는 의미"라며 "이 부부는 십억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한 가족제도의 껍질을 깨고 넓은 하늘로 나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결혼식이 진행중이던 오후 7시15분께 교회 장로라고 신분을 밝힌 이모(54)씨가 무대로 올라와 하얀 반찬통에 담긴 오물을 뿌렸다.
이씨는 이 과정에서 "동성애는 죄악이다. 동성애는 가족과 사회를 파괴한다"고 외치다 경찰에 연행됐다.
홍정식 활빈단 대표도 30여분 후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무대로 뛰어들다 관계자들에 의해 제지당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9/07 21:3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