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상영가 논란 끝에 내달 5일 개봉…시사회 후 기자회견
"베니스 외엔 해외에도 무삭제판 아니라 한국 버전 보낼 것"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불구 영화를 보여 드려서 죄송합니다. 3분 정도 여기저기에 흉터가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가 온전히 보여질 수 없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 우리의 자화상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기덕 감독은 30일 영화 '뫼비우스' 언론·배급 시사회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 영화가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부터 두 차례 제한상영가 등급을 판정받고 문제로 지적된 부분을 3분 가까이 삭제한 것과 관련해 "우리 몸으로 치면 심장에 해당하고, 영화가 달려가는 기차라면 종착역이라 할 수 있는데, 마지막에 도달하기 직전에 기차가 고장 난 느낌을 갖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는 "그렇다고 전체를 붕괴시키는 건 아니다. 극장에 개봉되는 것이 이 영화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오히려 그전에 영등위의 제한상영가 판정부터 영화가 시작된 것이 아닌가, 그 과정부터 우리한테 질문하는 것들이 시작됐고 그 과정이 뫼비우스의 일부로 포함되지 않았나 싶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영등위의 제한상영가 판정이 논란이 되자 한 신문이 칼럼을 통해 영화의 일부 내용을 미리 언급한 것에 대해 불편한 심정을 내비쳐온 그는 "모 신문기자가 스포일러를 말하고 그런 것은 그분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악역도 있고 선한 역도 있는데, 인생이란 무대 위에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역할을 해줌으로써 이 영화의 가치가 또 객관화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 비꼬았다.
그는 해외 영화제나 배급 시장에도 국내판과 똑같이 일부 삭제된 영화를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영화가 베니스영화제에 초청된 이후 해외에서 초청이 쇄도하고 있고 모두 무삭제판을 원하는데, 베니스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에서 한국판이 상영될 것"이라며 "개봉 이후 TV방영권으로 넘어가는데, 복사돼서 불법 유통되면 (제한상영가 등급과 관련한) 내 태도가 의미 없어진다. 잘린 것을 볼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해 자른 자들과 보고싶은 사람들이 논쟁을 벌이든, 항의를 하든, 그런 지점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뫼비우스'는 한 가족을 이루는 아버지와 엄마, 아들이 성욕을 둘러싸고 뒤얽힌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욕망을 파고들었다. 영화의 주제와 제목과 관련해 김 감독은 "가족은 무엇인가, 성욕은 무엇인가, 성기는 무엇인가가 영화의 작의(창작 의도)인데, 우린 모두 욕망으로부터 태어났다고 본다. 이건 내 개인적인 고민일 수도 있고 내 안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스스로 이해할 수 없을 때 스스로 만들어낸 이미지인 것 같다. 내 모든 영화는 김기덕으로부터 출발하는데, '뫼비우스' 자체가 질문을 던지는 제목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 안에서 가장 논쟁적인 부분으로 "스킨 마스터베이션(신체에 고통을 줘서 쾌감을 느끼는 것)"을 꼽았다. "영등위가 지적한 부분은 유치한 것이고, 오히려 스킨 마스터베이션이 논란이 될까 봐 걱정됐다. 하지만 많이 얘기해봐야 하고 고민해봐야 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나쁘게 보면 자해이고 좋게 보면 다른 해석이 가능한데, 결코 가벼운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대사가 한 마디도 나오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김기덕 감독 영화에서도 이런 시도는 처음이다.
그는 "대사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는데, 나름대로 또 하나의 작은 시도였다. 대사가 없어도 끝까지 줄거리를 이해하고 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이미지로만 관객들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피에타'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데 이어 올해 '뫼비우스'로 이 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그는 2년 연속 초청된 것에 관해 "이번에 (뫼비우스를 제외하고) 한국영화가 없다는 게 가장 안타깝다. 지금 만들어지는 영화들이 영화제와 의미있는 영화로부터 멀어지는 영화 시장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한국영화 전체로는 다른 모습을 느낄 수 없다는 부분에서 마냥 행복하지는 않다"고 답했다.
영화에서 아들 역을 맡은 배우 서영주(만15세)가 성관계를 암시하는 장면들을 찍은 것과 관련해서는 "드라마 안에서 아들이 어려야 하는 게 사실이지만, 영화 현실에선 지적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캐스팅을 많이 고민했다. 처음엔 19세 넘는 배우들을 알아봤는데 아버지와 나이차가 너무 커서 실제로 가자고 했다"고 답했다.
또 "영화 현장에 와보면 아무리 야한 걸 찍어도 본인이나 스태프가 전혀 느끼지 못한다. 이은우(엄마 역 여배우) 씨가 아름답게 위쪽을 드러내 준 것 외에는 배우들이 하나도 노출한 건 없다. 영화 효과음이나 분위기나 드라마 연결상 그렇게 보는 것뿐이지 실제로 그런 것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영화는 치열한 고민을 하는 시간이지 호객을 하는 시간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뫼비우스'에서 아빠 역을 맡은 배우 조재현은 '나쁜남자'(2002) 이후 김 감독과 11년 만에 재회했다.
그는 영화 안에서 불륜의 욕망, 부성애, 질투 등 여러 감정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질투는 아들을 상대로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 아들이 아내와 함께 얘기하는 것을 보면 둘이 더 연인 같아 보일 때가 있어서 그런 감정을 표현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그보다는 몸을 돌멩이로 자해하는 장면의 연기가 쉽지 않았다. 실제로 피부가 다 까졌는데, 나도 (쾌감을) 느껴야 하는데 안 느껴져서 상상력으로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오는 9월 5일 개봉한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8/30 20:4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