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배우 줄리 델피는 감독으로서도 재능을 발휘하며 개성 있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녀의 일곱 번째 연출작 '2 데이즈 인 뉴욕'은 그녀만의 독특한 에너지를 확인할 수 있는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이 영화는 2007년 연출작 '뉴욕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온 여자'의 속편 격으로, 역시 그녀가 직접 각본을 썼으며 친아버지 앨버트 델피가 다시 아버지 역할로 비중 있게 출연한다.
배우로서 대표작인 '비포' 3부작(선라이즈·선셋·미드나잇) 시리즈가 연인인 두 사람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로맨스 영화라면, 이번 영화 '2 데이즈 인 뉴욕'은 연인과 함께 가족 간의 관계가 중요하게 다뤄졌다. 티격태격 싸우고 미워하면서도 서로의 소중함을 확인해가는 과정이 코믹하게 그려졌다.
이야기는 프랑스 파리 출신인 매리온(줄리 델피 분)이 새로운 연인인 뉴요커 밍구스(크리스 락)와 동거하는 가운데, 매리온의 사진 전시회를 앞두고 파리에 있는 아버지(앨버트 델피)와 여동생 로즈, 여동생의 남자친구 마뉘가 뉴욕을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매리온의 아버지는 뉴욕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다량의 소시지와 치즈 반입으로 세관에 걸려 홍역을 치른다. 여동생 로즈는 불청객인 남자친구 마뉘를 데려온 것부터 매리온 커플의 심기를 건드리는데, 로즈와 마뉘는 잇달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일삼아 곤란한 상황을 만든다. 불법으로 대마초를 구입하질 않나,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웃을 옆에 두고 대마초를 피우기까지 한다. 노출증이 있는 로즈는 시도 때도 없이 옷을 벗고 다녀 남자들의 눈길을 끈다.
매리온과 밍구스는 이런 사고뭉치 가족들 때문에 계속 다투게 되고, 두 사람의 관계는 위기에 빠진다.
영화는 개성있는 괴짜 캐릭터들이 펼치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을 펼쳐놓으며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낸다.
미국인들이 '파리지앵'에 관해 갖고 있는 선입견을 몇 배 과장해 놓은 듯한 프랑스 가족들의 캐릭터는 '시크하고 쿨한' 것으로 알려진 뉴욕의 문화와 부딪쳐 유쾌한 파열음을 낸다. 이들의 티격태격, 좌충우돌 싸움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그저 즐거울 뿐이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서로의 밑바닥까지 들여다본 순간에도 자신의 결핍을 돌아보며 상대를 껴안는 훈훈한 결말도 보는 사람을 미소짓게 한다.
영화는 결국 그렇게 부대끼며 살아가는 가족이란 울타리가 우리 삶의 소중한 단면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8월 29일 개봉. 상영시간 96분. 15세 이상 관람가.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8/24 08:0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