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프랑스에서 '비닐봉지 설치작가'로 잘 알려진 하차연(53·여) 씨가 23일부터 다음 달 28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코너아트스페이스에서 개인전을 연다.
'스위트 홈(Sweet Home)5-둥지 틀기'라는 주제의 이 전시회는 한국식 주거 형태의 마지막인 '쪽방'을 재현했으며, 관람객이 갤러리에 재현된 쪽방을 체험하도록 유도한다.
하 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전시회에서는 퍼포먼스 기록영상인 'Sweet Home-2004 파리'와 2013년 서울에서의 퍼포먼스 영상기록 '영등포'를 보여준다"며 "사회적 현상 중 다양한 형태의 강제적 이주, 개인적 고립 등 복지사회의 이면을 주목하고 싶었고 아울러 정치·사회적 관점의 경계에 놓인 아웃사이더들의 상황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는 그는 노숙자, 이주민들의 삶을 몸소 체험하고 관찰해 영상으로 기록하는 'Sweet Home' 시리즈를 제작해왔다.
"시리즈에는 불법체류자와 노숙자가 직접 등장합니다. 독일과 프랑스에 살 때 개인적으로 '이동'의 본질과 이면을 모색하고 추구하며 관심을 두게 된 주제지요. 경제위기에 따라 부자와 가난한 자 사이의 틈이 점점 벌어지고 있습니다. 성장하는 사회와 부의 축적 속에서 사회적 이익이 배분되는 방식에 주목하고 있지요."
그는 20년 넘게 비닐봉지를 소재로 작품 활동을 했다. 그에게 '비닐봉지'는 버려지거나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무소속 혹은 탈소속의 상징이다. 'Sweet Home' 시리즈에 등장하는 노숙자나 불법체류자도 비닐봉지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하 씨는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마산제일여고를 졸업하고 방송통신대에서 경영학을 2년간 배우다 1983년 프랑스로 건너갔다. 1989년 프랑스 님 미술대학, 1991년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1994년 브라운슈바이크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92년 독일 본 예술기금을 받았고 1999년 독일 니더작센주 예술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8/23 10:5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