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30대 중반의 여의사 한나(미나 탠더)는 자신의 생일날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응급실에 실려온 여인을 치료한다.
차트에 있는 그녀의 이름은 클라리사(로라 드 보어). 한나는 그녀가 영국으로 떠났던 어릴 적 절친한 친구라는 사실을 깨닫고 기뻐한다.
때마침 남편과의 관계도 소원하던 한나는 일상을 재충전하기 위해 클라리사와 함께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고향집으로 향하지만, 그곳에서 기억하기 싫은 두려운 과거와 마주한다.
영화 '포가튼: 잊혀진 소녀'는 스릴러와 호러를 오간다. 저승에서 손짓하는 듯한 여자의 그리 크지 않은 목소리는 공포감을 극대화하고, 희뿌연 연무는 신비감을 불어넣는다.
영화는 초반부터 현실과 환상을 오간다. 한나의 의심과 병약한 클라리사의 망상을 곳곳에 심어놓으며 상고시대부터 내려온 저주와 원혼의 이야기로 관객들을 호러의 세계로 초대한다.
하지만 영화는 후반부 들어 공포에서 스릴러 장르로 능숙하게 갈아탄다. 곳곳에 심어놓은 복선이 빠르게 전개되는 후반부에 탄탄함을 더한다. 이 과정에서 감성에 호소하는 섬뜩한 공포는 대뇌를 자극하는 추리로 대체된다.
독일의 알렉스 슈미트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는데, 첫 연출답지 않은 자연스러운 전개로 관객들을 농락한다. 주연 배우를 맡은 미나 탠더와 로라 드 보어의 연기 대결도 볼 만하다.
담 큰 관객들은 초반 느린 전개에 조금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슬픔과 연민과 복수의 감정이 어우러지는 결말은 힘이 있어서 그 지루함을 상쇄할 만하다. 공포영화에 늘 등장하는 저택, 하얀 눈이 뒤범벅된 마을과 동굴은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더한다.
어느 나라에서나 흔히 들을 수 있는 전설을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할리우드와는 사뭇 다른 유럽 저예산 영화의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세계 3대 판타스틱영화제 중 하나인 판타스포르토영화제에서 최우수 각본상을 받았다.
9월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02분.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8/22 08:0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