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허락하는 한 가위 잡을 터"
(군산=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올해로 이발 경력이 67년째네. 아직 기술만큼은 자신 있어."
아흔의 나이에 노익장을 과시하는 이발사가 있다.
전북 군산시 임피면 읍내리에서 '임피이용원'을 운영하는 채갑석(90)옹은 요즘도 주민의 머리 손질을 위해 가위를 들고 있다.
그가 이발 기술을 배운 것은 광복 직후인 1947년. 손재주가 많았던 그는 고향인 군산에서 이발을 익혔다.
새벽 5시 손님들이 머리를 감을 물을 길어오는 일부터 머리 감기기, 면도하기 등을 배우며 정식 이발사가 됐다.
특유의 성실함을 바탕으로 채 옹은 군산지역의 유명 이발사가 됐고, 한국전쟁 직후 당시 쌀 100가마의 가격을 치르고 지금의 임피이용원을 인수했다.
15㎡ 남짓한 이용원은 그 자체가 박물관이다. 이 허름한 이발소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은 추억으로 따스하다.
가위와 이발의자 2개는 수십년을 썼고 벽면에는 옛날 '멋쟁이 스타일'의 사진이 걸려 있다.
낡고 찌그러진 물건들로 가득하다. 비누 거품과 덜 마른 수건 냄새, 사각사각 가위질 소리가 손님을 끌어들인다.
해가 거듭하며 단골손님도 하나둘씩 세상을 등졌지만 이발소는 변한 게 없다.
이발은 5천원, 면도는 3천원, 이발과 염색을 함께할 때는 1만원을 받고 있다. 60년 된 이용원을 지켜온 채 옹에겐 '손님에게 최선을 다하자'란 원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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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력 67년' 아흔살 이발사 채갑석 옹
- (군산=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전북 군산시 임피면에서 '임피이용원'을 운영하는 채갑석 옹이 아흔의 나이에도 주민들의 머리를 손질하고 있다. 그는 양쪽 시력이 1.5이며 고령에 으레 있는 손떨림이 없어 이발만큼은 아직 자신 있다고 말했다. 2013.8.21 <<지방기사 참조>> sollenso@yna.co.kr
그는 "옛날 손님이 몰려올 때도 한 명 한 명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하루 10명 안팎의 손님만을 받아 정성껏 이발과 면도를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기술만큼은 지금도 자신 있다. 양쪽 눈 시력이 1.5이며 고령에 으레 있는 손떨림도 없다.
자신의 실력에 대해 "내가 아직도 군산에서는 최고 이발사"라고 잘라 말했다.
67년 베테랑답게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머리를 자르고 면도까지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속도는 빠르지만 꼼꼼한 솜씨에 어느 손님 하나 불만스런 표정으로 일어나는 법이 없다.
채 옹의 이발 기술은 소문이 나면서 한 때 종업원을 두고도 손이 달릴 정도로 바빴다.
하지만, 그도 세월의 흐름이 비켜 가지 못했다. 1990년대 들어 손님이 뚝 떨어진 것.
종일 손님이 없을 때도 있고 3명을 받으면 그날은 운이 좋은 날이다. 전성기인 1960∼70년대에는 손님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고 한다.
지금은 비록 하루 1∼2명의 손님을 받고 있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가위를 잡겠다는 그의 의지는 확고했다.
채 옹은 "이발 기술로 돈을 벌어 2남3녀의 자녀를 모두 출가시켰다"며 "지금은 다리가 불편해 일이 버겁지만 이발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생이 다할 때까지 이발소를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8/21 08:3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