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발레는 인간의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궁극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예술이다.
몸의 한계를 이겨낸 더 높은 경지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스포츠와 비슷하기도 하지만, 기록이나 결과를 위한 승부가 아니라 몸을 통해 인간의 영혼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예술로서 가치를 지닌다.
시간에 따라 소멸과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몸을 붙잡아 최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예술이기에 발레는 숭고하다.
영화 '라 당스'는 발레라는 예술의 숭고함을 탁월한 방식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다큐멘터리 분야에서 명성을 지닌 프레드릭 와이즈먼 감독은 세계 3대 발레단 중 하나인 파리국립오페라발레단의 문을 두드렸다.
1661년 왕립무용학교로 출발해 세계 350년 역사 속에 최고의 기량을 다진 이 발레단은 그동안 카메라의 출입을 엄격해 통제했다. 프레드릭 와이즈먼 감독에게 문을 연 것이 처음이다.
감독은 9개월 동안 파리오페라발레단이 상주하는 가르니에 극장을 9개월 동안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건물 구석구석과 그 안에서 숨쉬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일상을 꼼꼼히 카메라에 기록했다.
다큐멘터리 '라 당스'는 159분이라는 분량 안에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촬영의 기록을 빼곡히 담았다.
가장 많이 담긴 영상은 발레단원들이 끊임없이 연습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최고의 기량을 지닌 무용수들인 만큼, 우리가 보기에는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데도 그들은 발레 마스터(선생님)의 지도 아래 동작을 다듬고 또 다듬는다. 연습인데도 이들의 동작 하나하나는 무대에서 보이는 것과 다를 바 없이 완벽에 가깝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공연을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기에 이들의 연습 동작 하나하나를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호강하는 느낌이다.
수백 년의 역사 속에 수많은 작품 목록을 쌓아왔고 현대 안무가들이 창작한 새로운 컨템포러리 발레까지 추가하고 있어서 연습 레퍼토리도 다채롭다.
'라 당스'에는 잘 알려진 고전 발레 '호두까기 인형'(루돌프 누레예프 버전), '파키타'를 비롯해 사야 발츠 안무의 '로미오와 줄리엣', 피나 바우슈의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마츠 에크의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앙즐랭 프렐조카주의 '메데이아의 꿈', 웨인 맥그리거의 최신작 '제누스'까지 7개 작품이 망라돼 있다.
특히 파격적인 작품 '제누스'는 무용수들의 현란한 몸짓에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전통의 파리오페라발레단이 현대 무용의 최신 흐름까지 빨아들이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알 수 있다.
감독은 영화에 자막이나 내레이션으로 설명을 넣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카메라를 따라가며 관객이 지켜보게 한다. 그 건조한 시선을 따라가는 데 다소 끈기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발레라는 말 없는 예술이 몸으로 만드는 그림 자체를 감상하는 데는 이 방식이 가장 들어맞을 것이다.
가르니에 극장의 지붕부터 맨 밑바닥까지 한구석도 빼놓지 않고 보여주겠다는 듯 곳곳을 훑어나가는 영상은 종종 경이롭게 다가온다.
파리 도심 한가운데에서 가르니에 극장 지붕에 양봉(벌꿀 채취)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 작업실에 틀어 앉아 묵묵히 무대 의상에 한 땀 한 땀 구슬을 꿰매 넣고 있는 장인의 손놀림도 감탄사를 자아낸다.
감독은 "무용은 일시적인 예술이라는 면에서 죽음과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내가 무용에 관심을 가진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영화는 발레라는 예술을 통해 인간의 몸과 생명, 시간을 돌아보게 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꼭 발레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많은 이들에게 특별한 성찰의 기회를 주고 영감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DVD가 나온다면 소장용으로도 가치가 높다.
8월 22일 개봉. 전체관람가.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8/15 08:0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