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되지 않자 관람객 목표 200만명→20만명 줄여
(평창=연합뉴스) 강은나래 기자 = '2013 평창비엔날레―제1회 강원국제미술전람회'가 관람객 저조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4일 강원문화재단 평창비엔날레 지원팀에 따르면 지난 7월 20일 개막한 비엔날레에 이날까지 관람객 9만 5천300여 명이 다녀갔다.
개막 한 달 전 안광준 예술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대 200만명의 관람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고 말했다.
평창비엔날레 장소를 동해시 망상 앙바엑스포전시관과 평창 알펜시아리조트로 이원화한 것이 나름의 흥행 전략이었다.
매년 동해 망상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이 최소 300만명이니 이 중 절반만 전시관에 들려도 150만명이고, 휴가철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투숙객 50만명 정도가
한 번씩만 작품을 둘러본다면 최대 200만명이 관람할 것이라는 기대였다.
예상은 엇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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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에 한산한 비엔날레 전시관
- (동해=연합뉴스) 강은나래 기자 = 14일 오전 2013평창비엔날레―제1회 강원국제미술전람회가 열리고 있는 강원 동해 망상해변 앙바엑스포전시관 앞뜰이 관람객이 없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0일 개막한 비엔날레는 이달 31일 폐막한다. <<지방기사 참조>> 2013.8.14 rae@yna.co.kr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하루에 4만6천명 이상이 관람해야 한다.
그러나 피서 절정기인 지난 1일 6천950명이 방문한 것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4천명이 전람회장을 찾았다.
지난 주말 망상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이 550만명을 넘어섰지만, 앙바엑스포전시관을 방문한 사람은 20일이 넘는 기간 1만4천명에 그쳤다.
관람객 수가 저조하자 주최 측은 이달 초 목표치를 10분의 1로 대폭 줄였다.
수정된 목표치는 20만명. 폐막 20여 일을 앞둔 시점이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이마저도 버거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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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엔날레 작품 감상하는 관람객
- (평창=연합뉴스) 강은나래 기자 = 14일 오후 2013평창비엔날레―제1회 강원국제미술전람회가 열리고 있는 강원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개막한 비엔날레는 이달 31일 폐막한다. <<지방기사 참조>> 2013.8.14 rae@yna.co.kr
강성구 강원문화재단 비엔날레지원팀장은 "교육청과의 협조를 통해 이달 20일 이후에 개학 시즌에 단체관람객을 대거 유치해 관람객 20만명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기존 비엔날레의 틀을 혁신한 모델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에 관람객 수에 연연하기보다는 새로운 시도를 해봤다는 것에 많은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지켜보는 지역주민들의 속은 타들어 간다.
이번 비엔날레를 위해 출연한 예산은 도비 15억원. 국비 10억원 등 총 25억원이다.
재정자립도가 21.7%에 불과한 강원도가 전시성 행사에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촉박한 일정에 쫓겨 실무준비 기간이 짧았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권위적인 정통 비엔날레의 틀을 깨는 '관객 친화형 비엔날레', '신진작가 발굴의 장'을 강조한 점도 일부에서는 나름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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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리는 2013평창비엔날레
- (평창=연합뉴스) 강은나래 기자 = 14일 오후 강원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2013평창비엔날레―제1회 강원국제미술전람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스키 슬로프 6면을 비롯해 33만여㎡에 이르는 공간을 활용해 오륜기를 형상화한 '대지 미술'. 2013.8.14 rae@yna.co.kr
그러나 관객을 앞세운 비엔날레가 관객으로부터 외면받는 현 상황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지역 주민들조차 행사에 대해 모를 정도로 홍보가 안 된데다, 전람회장에 도록(圖錄)도 비치되지 않은 점은 '졸속 운영'이라는 비판까지 이끌고 있다.
평창비엔날레를 바라보는 미술계의 시선도 호의적이지 않다.
실제로 전람회장을 방문한 비평가들은 이번 행사가 국제적 규모의 '미술전'이라기보다 관광지 '장식전'에 가깝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비엔날레의 정체성을 살릴만한 영향력 있는 작품들이 많지 않아 '이슈 만들기'에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저조한 관람객 수가 이를 반증한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짧은 준비기간 급조한 흔적들이 곳곳에서 나타났다"면서 "불특정 다수가 목적 없이 방문하는 피서지와 고급 리조트를 전시장으로 삼아 이미 발표된 작품이나 대학생 졸업작품까지 끌어와 전시한 점은 주최 측이 비엔날레라는 행사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대미술 흐름의 최정점을 보여주고, 관객이 공간과 작품, 기획의도를 자유롭게 사유하는 장을 마련하는데 비엔날레의 의의가 있다"면서 "관객으로부터 외면받지 않으려면 비엔날레를 비엔날레답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